효과 더 좋고 부작용도 적은 ‘뇌졸중 치료제’ 있는데…

입력
2024.01.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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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우리나라는 경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여러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에 포함했으며, 인간개발지수도 미국보다 앞선 세계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의료 장비 수, 병상 수는 전 세계 최상위권이다. 이와 함께 우리의 기대 수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넘어섰고 회피 가능 사망률도 전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면 허혈성 뇌졸중인 ‘뇌경색’ 치료에서도 우리는 선진국 수준의 치료를 받고 있을까. 아쉽게도 아직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파열된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나뉜다. 이 중 뇌경색의 근본적인 치료는 뇌세포가 완전히 죽기 전에 약물로 혈전을 제거하거나 막힌 혈관을 다시 뚫어주는 시술(혈관 개통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약물로 혈전을 제거하는 치료는 뇌경색 발생 후 적어도 4시간 30분 이내 시작돼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뇌경색 발생 후 12~24시간 뒤에도 혈관 개통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관련 학회와 정부의 노력으로 현재 우리나라 전역에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지정·운영되고 있으며 적지 않은 병원에 뇌졸중집중치료실이 설치돼 초급성 뇌경색 환자에게 혈전 용해와 제거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뇌경색 환자에게 생긴 혈전을 녹이기 위해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정맥 투여 혈전 용해제(tPA)인 ‘액티라제’다. 액티라제는 1982년 개발돼 1996년 미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뇌경색 치료 승인을 받은 2세대 혈전 용해제로, 30여 년간 전 세계에서 수많은 뇌경색 환자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액티라제는 60분가량 계속 주입해야 하고, 출혈성 합병증 위험성이 높다는 게 단점이다.

이에 따라 액티라제와 같은 효능을 나타내면서 단점은 줄인 제3세대 혈전 용해제 ‘테넥테플라제(제품명 메탈라제)’가 개발돼 캐나다·호주·유럽 등 선진국 위주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테넥테플라제는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임상 시험 및 임상 경험을 통해 액티라제와 동등한 혈전 용해 능력과 출혈성 합병증 빈도 감소 효과를 증명했다. 또한 테넥테플라제는 정맥에 지속적으로 주입하지 않아도 되기에 지역 뇌졸중센터에서 약물 치료를 끝내고 곧바로 고난도 시술을 위해 원거리 대형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뇌경색 환자는 아직 테넥테플라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이는 테넥테플라제를 생산하는 제약사(베링거인겔하임)가 이를 국내에 수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건당국도 최근 계속 발표되고 있는 과학적 근거와 임상 경험에도 불구하고, 뇌경색 환자에게 테넥테플라제 사용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보건 의료와 뇌졸중 치료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지금도 뇌졸중 환자가 매일 255명 정도 발생하고 있다. 언어장애 및 편측 마비가 생겨 응급실에 실려오는 뇌졸중 환자를 보면서 효과가 더 좋고 안전한 치료제를 쓰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부디 뇌졸중 환자가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건당국과 관계 제약사가 노력해 주길 당부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