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2월 10일)을 앞두고 계란값이 7,000원대로 치솟으면서 미국산 계란이 또 한번 해결사로 등장했다. 정부가 미국산 계란 112만 개를 들여와 유통업체에 공급하면서 국내산 계란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산 계란은 첫 수입 당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지만 고물가가 길어지며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지금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미국산 계란 1만9,000판을 확보해 이날부터 4,990원(30구)에 판매한다. 현재 홈플러스에서 판매 중인 국내산 신선 특란(30구·7,990원)과 비교하면 약 38% 저렴한 수준이다. 홈플러스는 특히 미국산 계란이 농림축산식품부가 규정한 위생 검사를 받아서 충분히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산 계란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크게 확산했던 2017년 처음 국내에 들어왔다. 항공료가 비싸고 물량 확보가 어려운 스페인산이나 위생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태국산보다 검역 통과가 쉽고 위생 기준이 높아 '계란 파동'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찾곤 한다. 그러나 수입 초기에는 신선도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 외면을 받았고 2021년에는 국내산 계란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소비자 불만도 나왔다.
반면 최근 음식점뿐 아니라 제빵 제과 제품에도 미국산 계란이 쓰이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생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게 대형 마트의 주장이다. 홈플러스는 2021년, 2023년에도 AI 영향으로 계란값이 오르자 미국·스페인산 계란을 들여와 모두 팔았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흰색이라 국내에서 흔히 보는 계란과 색깔도 다르고 위생에 대한 걱정으로 찾는 고객이 많지 않았다"며 "거부감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물가 부담이 크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이번에 미국산 계란을 들이지는 않았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 계란 할인에 나섰다. 이마트는 12~18일 '일판란'(30구)을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30% 할인한 5,236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11~24일 농림축산부 할인 쿠폰 30%를 적용해 '행복생생란'(30구)을 5,180원에 선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계란 공급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수입란으로 운영을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0일 기준 특란 30구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7,158원이다. 한 달 전보다 13.9%, 1년 전보다 8% 오른 가격이다. 최근 AI가 산란계 농장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국내 사육 중인 산란계 약 7,600만 마리 중 현재까지 약 26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아직은 하루 계란 생산량 4,600만 개로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AI 상황에 따라 변수도 남아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대형마트가 벌인 계란 할인 행사가 끝나고 설 성수기를 앞두고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가져가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계란값 상승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축산물 할인지원 30%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시적 상승이라 AI 때문에 산란계 살처분이 늘더라도 설까지는 6,000원 초반대에서 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