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위,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 "제도권 금융 시장 진입"

입력
2024.01.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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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해킹당했다” 부인한 내용 현실로
위원장 “거래 승인이 지속 가능한 길 판단”
FBI, ‘가짜뉴스 수사’... 미 의회도 설명 요구

미국 금융당국이 10일(현지시간) 가상화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했다. 비트코인이 사실상 공식 금융자산 지위를 얻어 제도권 시장에 진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결정의 범위는 증권이 아니라 비트코인으로 제한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지나친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게리 갠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위원회는 다수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ETP는 ETF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으로, SEC는 현물 ETF 대신 ‘현물 ETP’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SEC 위원장 “투자자들, 위험에 주의 기울여야”

갠슬러 위원장은 “앞서 법원은 SEC가 그레이스케일의 ETP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지 않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했다”며 “이런 상황과 추가 논의를 토대로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거래를 승인하는 게 지속 가능한 길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장을 신청했던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부터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회계 규정이나 각종 규제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쉽게 매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물 ETF 출시로 이제부터는 기관 포트폴리오에 손쉽게 편입할 수 있으리라는 게 가상자산 업계 기대다.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공산이 큰 만큼 비트코인 가치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갠슬러 위원장은 “가상화폐 자산증권 상장 기준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가 아니므로, 투자자들은 수많은 위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비트코인 소폭 상승세... “호재, 이미 시세 반영”

이번 승인 결정은 전날 SEC의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미국 내 모든 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ETF 상장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허위 글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나왔다. SEC는 9일 해당 글 게시 직후 “소셜미디어 계정이 해킹을 당했다”며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미 하원도 “충격적 사태”라며 SEC에 브리핑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기준 10일 오후 5시 30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43% 오른 4만6,482.35달러에 거래됐다. ‘가짜뉴스 소동’이 있었던 전날처럼 큰 움직임은 없었다. 이미 시장에 기대감이 퍼진 터라 이번 호재가 현 시세에 반영돼 있다는 해석도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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