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4·10 총선 후보 선출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11일 마쳤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정영환 위원장을 비롯해 외부위원 7명에 내부 인사 3명으로 꾸려졌는데,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 합류를 둘러싸고 ‘윤심(尹心) 공천'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당을 이끌고 있는 것은 나"라고 강조했지만, 향후 갈등의 불씨를 남겨둔 채 공천 열차는 출발하게 됐다.
당 비대위는 이날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현장 회의를 열고 공관위원 구성안을 의결했다. 당내 인사로는 재선 이철규 의원과 비례대표 이종성 의원이 임명됐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관행에 따라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 임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없을 수 없다는 현실론이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본보 통화에서 "공천이 외부와 완전히 분리된 진공 상태에서 이뤄질 수만은 없다"면서 “대통령과 원활하게 소통하며 당의 입장도 잘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현실적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정권 실세가 막후에서 비선(秘線) 공천을 하느니 공식 직함을 갖고 결과에 따른 책임도 지는 게 낫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용핵관(대통령 참모 출신)·검핵관(검사 출신)' 낙하산 공천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비등하다. 비영남권 재선 의원은 "대놓고 용산 입김을 미치겠다는 것"이라며 "비대위 전환 이후로도 수직적 당정관계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논란과 관련해 한 위원장은 "저와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정한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 이기는 공천을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사자인 이 의원도 취재진과 만나 "친윤, 비윤이라는 게 없다. 우리 당에 유리한 결과물이 나오도록 일하는 게 목표"라고 반박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 의원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가지고 있는 여러 데이터(인물, 지역구 분석 등)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용산이 아닌 당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믿어 달라, 쿨하게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공천 심사 방향과 관련해 한 위원장은 "나는 이 당에 아는 사람이 없고, 당 밖에 있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고 밀어줄 정도로 멜랑콜리한(감정적인) 사람도 아니다"라고 사심 없는 공천을 강조했다. 다만 대폭 물갈이 공천 전망에는 "몇 선 (의원) 이상은 나가라. 그런 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일률적으로 할 것은 아니다"라며 "출마해서 이길 수 있는 사람, 명분이 있는 사람은 출마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해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요구한 '김기현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계 인사의 일괄 불출마'와도 일정 부분 거리를 둔 셈이다.
외부 공관위원으로는 △문혜영(45)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유일준(58) 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 대표변호사 △윤승주(54) 고려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전종학(54) 경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전혜진(49)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학과장 △황형준(56)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대표 파트너 6명이 임명됐다. 전문직 위주로 구성됐으며 40대 여성 2명이 포함됐다.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 한 위원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유일준 변호사가 눈에 띈다. 4년 전에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관위원을 지냈다. 전종학 위원은 2012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정 공관위원장은 "외부 위원들은 이번 선거에 안 나가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