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경화 바람을 등에 업고 독일 사회에서 부쩍 세를 키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주요 인사들이 '나치의 후계'를 표방하는 신(新)나치주의자와 지난해 말 비밀리에 만난 사실이 폭로됐다. '이민자 대거 추방'을 위한 논의가 이뤄진 만남이었다고 한다. AfD가 반(反)이민·난민 정책을 표방하는 정당이라 해도,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독일 언론 코렉티브와 디차이트 등에 따르면, 작년 11월 25일 독일 브란덴부르크주(州) 포츠담의 한적한 지역에 위치한 한 호텔에 정장 차림을 한 인사 여럿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0%대를 기록하는 등 어느새 유력 정당이 된 AfD의 게리 후이 의원, 알리스 바이델 의원의 개인 고문인 롤란트 하르트비히 전 하원의장 등은 물론, 오스트리아 출신 유명 신나치주의자 마르틴 젤너의 모습도 포착됐다.
이 모임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비밀 회동'이었다. 젤너는 참석자들을 상대로 '대량 이주에 대한 기본 계획'에 대해 강의했다. 말이 이주였을 뿐, 사실상 '추방'이 주제였다. '망명 신청자' '의심스러운 이주 배경을 가진 이민자' '독일에 동화되지 않은 이민자' 등을 대상으로 나열하며, 각 그룹에 맞는 추방 방법을 제안했다고 한다.
특히 젤너는 "북아프리카에 최대 200만 명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독일에서 추방된 이들을 수용하자"는 구체적 아이디어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AfD 인사 중 누구도 이런 의견에 반박하지 않았고, 오히려 "손님(이민자)이 보기에 매력적이지 않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울리히 지그문트 작센안할트 의원) 등 동조 발언까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AfD 인사들은 일제히 '해당 모임의 성격, 참석자, 논의 내용 등을 몰랐다'고 발뺌했다. 바이델 의원 측은 "하르트비히 고문이 강의 요청을 받아 참석한 것일 뿐"이라며 "AfD가 주최하지 않은 행사에서 참석자 발언 때문에 당의 이민 정책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AfD의 해명은 전혀 신뢰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간 이민자 혐오·반감을 조장하며 당세를 불려 왔기 때문이다. 디차이트는 "AfD 인사들의 행위가 정당을 불문하고 독일 정계에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카챠 마스트 사회민주당 의원은 "(대규모 이주 논의는) 역겨운 계획"이라고 비난했고, 콘스탄틴 폰 노츠 녹색당 의원도 "AfD는 전체주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직격했다. 브란덴부르크 내무부는 비밀 회동 내용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