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대표가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 11일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전날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 3명의 탈당에 이어 야권 분열이 시작된 모양새지만, 공식 대응은 삼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29명의 의원이 성명서를 내고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등 당 안팎에 흐르는 위기감은 숨길 수 없었다.
이 전 대표 탈당과 관련해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씁쓸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이 전 대표 세력이 없지 않나. 의원들 동요나 추가 탈당도 없을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이었다. 개별 의원들 사이의 기류도 비슷했다.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는 결국 이재명이라는 당내 경쟁자를 극복하지 못한 본인의 부족함을 동지들의 탓으로 돌렸다"며 "끝까지 아름다운 승복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 탈당이 결국 당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난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이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 전 대표가) 정치적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며 "'낙석(이낙연·이준석)연대'를 경유해 국민의힘 쪽 대선 후보가 되는 게 꿈일까"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선거를 90일 앞둔 제1야당에서 연쇄 탈당이 이어지는 데 대한 동요의 분위기도 감지됐다. 예단은 이르지만 경우에 따라 이 전 대표를 비롯한 탈당파들이 민주당에 치명상을 안길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YTN과 엠브레인이 지난 7, 8일 전국의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신당 창당 시 총선 투표 정당'을 묻는 질문에 이낙연 신당 지지율은 7%에 불과했지만, 세대와 지역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보이는 40대(11%)와 경기·인천(8%)에서 각각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석 신당 영향과 복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지만, 일단 이 전 대표 신당이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는 곧 시작될 공천과 연결돼 우려를 키운다. 2016년 총선 때처럼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과 신당 합류가 이어지면, 본선에서 민주당은 여당은 물론 어제의 동지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이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듯 이날 현역 의원 하위 20% 평가자 명단과 관련한 지라시에 대해 조정식 사무총장은 "당을 음해하려는 악질 가짜뉴스"라며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추가 분열을 막고 통합의 힘으로 선거를 치르기 위한 최대 관건은 당무에 복귀하는 이 대표에 달렸다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처럼 '나갈 사람 나가라'는 태도가 계속된다면 누구든 탈당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 대표가 통합을 보여주지 않으면 당이 계속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칙과상식 의원 중 유일하게 당에 잔류한 윤영찬 의원 제명과 출당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통합 차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