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경기 지역 배송을 담당하는 하청 영업점에 노동조합이 생겼다는 이유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쿠팡 배송기사들이 속한 택배노조는 "노조 말살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는데, 쿠팡은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정상적 절차"라는 입장이다.
택배노조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노조가 생긴 하청업체를 통째로 날려 버리려 하고 있다"며 "노조를 이유로 하청업체와 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업체로 교체하는 방식은 간접고용 제도를 악용해 하청 노동자를 무방비 상태로 만든 뒤 마음대로 해고하는 대표적 원청 갑질"이라고 항의했다.
쿠팡에서 주문한 상품 중 상당량은 간접고용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퀵플렉서)가 배달한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 CLS가 지역 영업점(대리점)과 배송 위수탁 계약을 맺고, 영업점과 퀵플렉서가 다시 위수탁 계약을 맺는 '하청의 재하청' 구조다. CLS가 특정 영업점과의 계약을 종료하면 해당 영업점 소속 배송기사들도 일자리를 잃는다.
CLS는 택배노조 산하 쿠팡지회 배송기사들이 속한 경기 지역 A영업점에 지난달 27일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1년짜리 배송 위수탁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3월 7일을 끝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메일로 밝힌 사유는 '귀사(A 영업점) 임원 및 배송기사들의 당사(CLS) 임직원에 대한 폭행, 공동건조물 침입,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로 인한 신뢰관계 훼손'이다. 배송 서비스 품질 등에 대한 언급은 없다.
쿠팡이 지목한 대목은 CLS 쿠팡지회가 설립될 즈음인 지난해 4월 경기 용인시 쿠팡 배송캠프에서 택배노조 조합원과 CLS 직원 간에 발생한 물리적 충돌, 쿠팡 정책이 부당하다고 항의하는 내용의 A영업점 측 기자회견 등이다.
이를 두고 택배노조는 "당시 충돌은 상급단체(택배노조) 노조 간부 출입은 물론 해당 배송캠프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 출입까지 봉쇄한 쿠팡의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원인 제공자가 쿠팡"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CLS는 "노조 활동과 무관하게 폭행,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신뢰관계가 훼손됐기에 계약 만료에 따라 정상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권영국 변호사는 "사용자가 통상 노골적으로 '노조 활동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겠다,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기 때문에 법적 판단으로 가면 여러 정황을 따져 부당노동행위의 의사를 추정하게 된다"며 "다른 영업점과 비교해 특별히 배송상 문제나 결함이 없었는데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