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상 상생금융에 동참한다. 은행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해 취약 중소기업이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 9조 원을 활용해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 특별지원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은행이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은이 저금리로 돈을 꿔주는 제도다. 한도 유보분은 일종의 예비비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한시적 지원 조치 종료에 따라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 전액(19조1,000억 원)을 삭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통화긴축 기조의 부정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는 취약 부문 및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한도 유보분 중 9조 원은 남겨 두기로 의결했다.
한은은 이 9조 원을 연 2% 이자로 4월 1일부터 내년 8월 31일까지 1년 5개월간 시중은행에 빌려줄 예정이다. 은행은 현재 기준금리보다 1.5%포인트 낮은 싼 가격에 대출 자금을 확보하게 되고, 취약 중소기업에 저금리 대출을 제공할 여유가 생긴다.
은행권은 현재 중소기업·소상공인 상생금융 일환으로 2조 원 규모의 이자 캐시백을 시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자율프로그램(에너지 생활비, 통신비, 경영컨설팅 지원)까지 총 3,557억 원이 고객 30만 명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한은은 "지역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 전체 한도의 80%(7조2,000억 원)를 15개 지역 본부에 배정한다"고 밝혔다. 2월 1일부터 6개월간 취급된 대출 중 대출자의 신용도, 업종 등을 보고 업체당 10억 원 한도 내에서 대출 취급 실적의 50% 또는 75%를 지원한다. 자금 조달 여력이 양호한 고신용 중소기업과 일부 업종(주점업, 부동산업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 논의가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선별적 지원을 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통화긴축 기조와 다른 신호를 줄 수 있어서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는 의견과 "전체 유동성을 늘리는 것이 아니고 선별적 지원이 통화정책 유효성에 도움 된다"는 의견이 상충됐다는 부연도 더했다. 또 "한은은 특정 산업이나 기업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며 "이번 지원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불안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