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증거" 호소가 통했다... SK·애경 가습기살균제 2심 유죄

입력
2024.01.11 15:00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 인정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소비자들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조사와 판매사 전직 임·직원들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무죄로 봤던 1심과 달리, 2심은 가습기 살균제 자체의 유해성과 인체에 미친 악영향이 입증된다고 본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서승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금고 4년을 선고했다. 금고는 신체 자유는 박탈하되 징역과 달리 강제노역은 시키지 않는 형벌이다.

다만 법리적 다툼이 있을 거라는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SK케미칼과 하청업체 관계자들, 애경산업 관계자들,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이마트 관계자들도 금고형 집행유예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담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12명을 사망하게 하고 86명을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옥시 등에서 판매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에 관해서는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 옥시 관계자들이 2018년 1월 최대 징역 6년형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 결과 등이 나오고 나서야 2019년 2월 관련자 1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2021년 1월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 등을 유발했다는 검찰 주장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1심 판결 이후 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라며 반발했고, 과학계에서도 비판이 제기됐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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