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핵미사일 실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자국이 약속을 어기고 우크라이나 공격에 북한산 미사일을 사용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미국이 증거 없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황 대사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우크라이나 평화·안보’를 주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일체성 및 우크라이나인들의 안전에는 아랑곳없이 북한이 대(對)러시아 미사일 수출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핵탄두 탑재 가능 미사일의 실험장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황 대사가 경고한 것은 북한제 탄도미사일의 실전 사용이 북한의 무기 수출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및 이달 2, 6일 이어진 (러시아의 북한산 미사일) 발사가 북한에 상당한 기술적·군사적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북한이 불법 핵·탄도미사일 개발 자금 마련 목적으로 다른 나라에 미사일을 수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산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전장 도입은 세계 핵 비확산 체제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황 대사는 북한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전쟁 동원이 한반도 안보에도 심각한 위험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산 탄도미사일 중 하나의 비행 거리인 460㎞는 북한 원산과 부산 간 거리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북한산 미사일의 대우크라이나 발사는 한국에 대한 가상 공격에 해당한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실존적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유엔 회원국들에 공동 대응을 요구했다. 영국 정치가이자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의 언급으로 알려진 말을 인용해 황 대사는 “악한 자가 승리하는 데 유일하게 필요한 조건은 선한 자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모든 회원국들의 안보리 결의 준수와 러시아·북한 간 군사 협력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국제사회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데도 자국이 동의한 결의를 무시하고 북한산 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몰타, 슬로베니아, 우크라이나 등 8개국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 앞서 공동 성명을 내고 “북한으로부터의 무기 조달과 수출을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를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이런 위반에 가담하는 것은 명백한 지위 악용”이라고 꼬집었다.
비난은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대표부 차석대사는 “우크라이나에서 거의 2년간 진행된 끔찍한 상황을 해결하려면 러시아의 안보리 결의 위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유엔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일본을 포함해 많은 서방국가가 러시아의 북한산 미사일 사용 문제를 지적했고, 유관국으로 참여한 우크라이나와 독일, 유럽연합(EU)도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이 증거도 없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회의에서 북한산 미사일 사용과 관련해 “해당 정보는 며칠 전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이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우크라이군의 언급도 있었는데, 미국이 미리 확인하지도 않고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론했다. 그는 오히려 서방이 제공한 무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 등지의 주거 지역에 표적 공격을 하고 있다고 역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