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 8일 만인 10일 퇴원하면서 "증오의 정치를 끝내자"고 말했다. 극단적 진영 정치가 불러온 정치테러 피해자로서 유사한 사건이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이 이날 탈당을 선언하는 등 야권 분열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나온 메시지로, 향후 이 대표가 추진할 통합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한 이 대표는 "이번 사건이 증오의 정치, 대결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제대로 된 정치로 복원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정치가 어느 날인가부터 절망을 잉태하는 죽임의 정치가 되고 말았다"며 "이제 증오하고 죽이는 전쟁 같은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저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 지역 의료진 등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대표는 “생사가 갈리는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하고 신속한 응급 조치로 목숨을 구해주신 부산의 소방, 경찰, 부산대 의료진들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과 치료를 받은 데 대해 부산 지역 반발이 나오는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여당도 이 대표 메시지에 공감하는 반응을 내놨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 증오가 정치 공세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존중과 공존을 말하는 이 대표의 진심이 욕설과 혐오의 언어를 내놓는 분들에게 닿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이른 퇴원을 한 이 대표 앞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당장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민주당 분열을 수습해야 한다. 공교롭게 이 대표 퇴원 날, 비이재명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이 당을 떠났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11일 탈당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부재중이었다고는 하지만, 탈당 인사들 만류에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3명의 의원들은 탈당선언문에서 “3총리(이낙연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께서 진심 어린 충고를 했지만 어떤 진정성 있는 반응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김 의원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통합비대위, 선거법 개정 관련 내용을 이 대표와 정리할 테니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며 "기자회견 전날 뭘 해보자고 하기엔 물리적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여기다 당이 공천 심사 감점 대상인 현역 평가 하위 20% 의원들에게 통보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당이 더 뒤숭숭해진 분위기다. 당은 "통보한 사실이 없다. 평가 내용은 비공개"라며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총선을 앞두고도 해당 의원들에게 사전 통보를 한 전례가 있는만큼, 이번에도 이 평가 결과가 통보되면서 탈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탈당 의원들의 세력화도 이 대표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장 이날 탈당한 의원들은 정태근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주도하는 ‘당신과 함께’와의 연대를 예고했다. 이 전 대표도 전날 조 의원 북콘서트에서 “기꺼이 조 의원의 지도를 받기로 결심했다”며 합류를 시사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가칭)이나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 금태섭 전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새로운 선택 등과 연대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박 전 의원은 “원칙과상식 의원들과 함께, 따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국민께 드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개혁적 보수나 합리적 진보는 충분히 하나의 울타리에서 충분히 공존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하나로 할 수만 있다면 당대표를 고집할 생각은 전혀 없고, 제3의 정치영역을 만드는 데 저해되지 않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