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탈당 러시' 시작날 퇴원한 이재명… "증오의 정치 끝내자"

입력
2024.01.10 17:30
피습 8일 만에 퇴원 "전쟁 같은 정치 사라져야"
'원칙과 상식'은 탈당 강행 "너무 늦었다"
이낙연도 11일 탈당… '제3지대' 가속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 8일 만인 10일 퇴원하면서 "증오의 정치를 끝내자"고 말했다. 극단적 진영 정치가 불러온 정치테러 피해자로서 유사한 사건이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이 이날 탈당을 선언하는 등 야권 분열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나온 메시지로, 향후 이 대표가 추진할 통합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퇴원 메시지는 "존중·상생 정치 복원"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한 이 대표는 "이번 사건이 증오의 정치, 대결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제대로 된 정치로 복원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정치가 어느 날인가부터 절망을 잉태하는 죽임의 정치가 되고 말았다"며 "이제 증오하고 죽이는 전쟁 같은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저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 지역 의료진 등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대표는 “생사가 갈리는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하고 신속한 응급 조치로 목숨을 구해주신 부산의 소방, 경찰, 부산대 의료진들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과 치료를 받은 데 대해 부산 지역 반발이 나오는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여당도 이 대표 메시지에 공감하는 반응을 내놨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 증오가 정치 공세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존중과 공존을 말하는 이 대표의 진심이 욕설과 혐오의 언어를 내놓는 분들에게 닿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탈당 러시' 수습 과제… 대안 제시 소극적 비판

예상보다 이른 퇴원을 한 이 대표 앞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당장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민주당 분열을 수습해야 한다. 공교롭게 이 대표 퇴원 날, 비이재명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이 당을 떠났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11일 탈당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부재중이었다고는 하지만, 탈당 인사들 만류에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3명의 의원들은 탈당선언문에서 “3총리(이낙연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께서 진심 어린 충고를 했지만 어떤 진정성 있는 반응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김 의원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통합비대위, 선거법 개정 관련 내용을 이 대표와 정리할 테니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며 "기자회견 전날 뭘 해보자고 하기엔 물리적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여기다 당이 공천 심사 감점 대상인 현역 평가 하위 20% 의원들에게 통보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당이 더 뒤숭숭해진 분위기다. 당은 "통보한 사실이 없다. 평가 내용은 비공개"라며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총선을 앞두고도 해당 의원들에게 사전 통보를 한 전례가 있는만큼, 이번에도 이 평가 결과가 통보되면서 탈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칙과 상식, 박원석 등과 연대… '빅텐트' 본격화

탈당 의원들의 세력화도 이 대표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장 이날 탈당한 의원들은 정태근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주도하는 ‘당신과 함께’와의 연대를 예고했다. 이 전 대표도 전날 조 의원 북콘서트에서 “기꺼이 조 의원의 지도를 받기로 결심했다”며 합류를 시사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가칭)이나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 금태섭 전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새로운 선택 등과 연대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박 전 의원은 “원칙과상식 의원들과 함께, 따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국민께 드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개혁적 보수나 합리적 진보는 충분히 하나의 울타리에서 충분히 공존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하나로 할 수만 있다면 당대표를 고집할 생각은 전혀 없고, 제3의 정치영역을 만드는 데 저해되지 않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