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K드라마, K팝 등 한국 문화 유통 차단을 위해 불심검문까지 하며 통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코로나19 유행 당시 방역 조치 위반에 대해 공개처형에 나선 사실도 확인됐다.
통일연구원이 10일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3'에는 지난해 탈북한 6명을 비롯해 비교적 최근까지 북한에 거주했던 탈북민 71명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가 담겼다. 북한에서 한국 문화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북한 당국은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자료다.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해외언론 및 출판물을 단속하기 위해 별도로 '109상무'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사전 공지나 영장 없이 가택수색을 할 수 있고, 어떤 영상물을 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전파탐지 기계를 갖고 다니며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109상무는 사복을 입고 대중 틈에 섞여 있다가 노트북을 갖고 있거나 얼굴에 살이 좀 있고 옷을 잘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면 소지품을 검사한다.
탈북민 A씨는 "등교 길목에서 갑자기 컴퓨터, 녹음기, 휴대폰 등을 단속한다"며 "2019년 아들이 길거리 단속에서 남한 노래 200곡을 갖고 있다 걸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일반 학생들과 달리 고급학교나 대학을 다니는 아이들을 노려, 부유한 부모에게 고액의 뇌물을 받아내려 한다"고 전했다.
군인들과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도 암암리에 한국 문화를 즐겼다. 탈북민 B씨는 "군대에서 '태양의 후예', '꽃보다 남자' 등 남한 드라마를 봤고, 2017~18년엔 정치지도원 생일에 군관 집에 가서 남한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췄다"고 전했다. 그는 "적발당해도 대대급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대책임이라 서로 처벌하기 쉽지 않은 점을 이용해 특별한 날에 다 같이 모여 남한 문화를 접하는 일탈에 동조한다는 것이다.
2019년 말까지 러시아에 파견됐던 탈북민 C씨는 "회사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지만, 노동자들은 몰래 사용하면서 유튜브를 봤다"며 "한국 노래는 물론 2018년 남북정상회담도 유튜브로 시청했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한국 영상과 노래가 담긴 USB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피라미드 조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처벌 수위가 높지만, 대부분의 단속원들은 이를 '뇌물수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드라마·영화 1시간당 교화 1년이라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고, 실제로 한국 영화를 7시간 시청해 7년 교화형에 처해진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학생이라도 예외는 없다. 18세 청소년 3명이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교화소에 끌려간 경우도 있었다. 단순 시청이 아니라 유포한 경우에는 총살까지 당할 수 있다고 한다. 단속될 경우 한국 영화 한 편에 1만 위안(약 184만 원) 정도를 뇌물로 줘야 무마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이 밖에 북한이 코로나19 유행 당시 방역조치를 위반한 주민을 공개처형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최근 들어 북한은 기존 형법 외에 비상방역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마약범죄방지법 등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엄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