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고공 행진에...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 37조 늘었다

입력
2024.01.10 16:30
주담대 증가폭 20조→51.6조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0.1조 ↑
금융위 "가계부채 관리 안정적"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이 37조 원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고공 행진을 이어간 결과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95조126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약 37조 원 늘었다. 2022년엔 금리 폭등으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 연간 가계대출이 2조6,000억 원 감소했는데, 다시 증가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12월 한 달간은 3조1,481억 원 느는 데 그쳐 11월(+5조3,550억 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둔화했다.

지난해 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이끌었다. 정책 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 주담대는 연간 51조6,000억 원 늘었다. 2022년 증가 규모(20조 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해 주택 거래가 2022년 대비 다소 회복돼 주담대를 중심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작년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이 연중 높은 수요를 보이며 전체 은행 주담대 증가분 중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12월 은행 주담대는 5조1,506억 원 늘어 11월(+5조7,127억 원)과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주택 매매 거래가 위축되고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영향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이미 입주가 예정된 집단 잔금대출이 그 효과를 일부 상쇄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윤옥자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 거래가 계속 위축되고 있고, 연초 대출 둔화 패턴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은행 가계대출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지난 한 해 14조5,000억 원 감소했다. 고금리 영향으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까지 활용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은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12월엔 연말 상여금 유입,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 등 계절적 요인으로 감소폭이 전월 4,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확대됐다.

금융당국이 낸 ‘12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 말 대비 10조1,000억 원(0.6%) 증가했다. 2022년 8조8,000억 원 감소에서 증가 전환했지만 연간 100조 원 이상 증가했던 2020, 2021년에 비하면 기세가 누그러진 모습이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27조 원 줄어 전년(-6조 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조달금리 상승과 연체율 증가 등으로 자체 대출 규모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관계 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어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중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갚을 수 있는 능력’에 기반한 대출 취급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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