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달 탐사 야망이 연달아 장애물에 맞닥뜨리고 있다. 미국 민간 기업이 쏘아 올린 무인 달 탐사선 '페레그린'의 달 착륙은 실패가 공식화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시간표도 1년 가까이 밀렸다. 나사는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우주선 발사는 포기하고 내년부터나 본격적인 달 탐사를 개시할 전망이다.
민간에서 추진한 무인 달 탐사 프로젝트는 탐사선 페레그린 발사 하루 만에 실패가 확정됐다. 미국 민간 우주 기업 애스트로보틱은 8일(현지시간) 오전 2시 18분 플로리다주(州)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무인 달 탐사선 페레그린을 쏘아 올렸다. 계획대로라면 페레그린은 다음 달 23일 달 앞면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애스트로보틱은 9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연료 누출 상황을 고려하면 불행하게도 (페레그린이) 달에 연착륙할 가능성은 없다"고 인정했다.
페레그린이 달에 착륙한다면 △미국으로선 51년 만의 달 탐사 재개이고 △민간 최초의 달 탐사 성공이어서 미국은 한껏 부풀었다. '달에 보낼 화물'이란 기대감에 민간에선 1㎏당 최대 120만 달러(약 15억8,000만 원)의 거액을 내고 역대 미국 대통령 머리카락, 드라마 '스타트렉' 시리즈 원작자·출연진 유해 등을 페레그린에 실었다. 나사도 보유 장비를 달에 내리기 위해 1억800만 달러(약 1,400억 원)를 지불했다. 그러나 페레그린 발사 단 하루 만에 우주선 결함이 드러나면서 기대는 어그러졌다.
나사도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일정을 당초 계획에서 약 1년씩 늦추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빌 넬슨 나사 국장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넬슨 국장은 승무원 안전 관련 요소를 점검하던 중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아르테미스 2단계(우주선으로 달 궤도를 돌고 돌아오는 유인 탐사) 계획은 오는 11월에서 내년 9월로, 아르테미스 3단계(유인 달 착륙) 계획은 내년 예정이었다가 2026년 9월로 미뤄졌다.
아르테미스 1단계 계획은 2022년 11월 무인 우주선 '오리온'을 발사했던 것으로, 오리온이 달 궤도를 돌고 같은 해 12월 무사히 지구로 복귀하며 성공을 거뒀다. 다만 이는 안전성을 점검하는 시험 비행이어서 오리온엔 사람 대신 마네킹이 실렸다. 유인 탐사는 올해부터 본격 개시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10개월 이상 늦춰진 것이다.
예정됐던 민간·국가 주도 달 탐사 계획에 연이어 균열이 생기며 미국의 달 탐사가 조기에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은 달에 거점을 건설해 더 먼 우주까지 발돋움할 야망을 품고,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를 시작으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치권 압력으로 일정이 촉박하게 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나사 측이 '수정된 아르테미스의 일정도 아주 낙관적이지는 않으며 추가 지연이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