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선 늘 '빛과 소금'을 얘기합니다. 지난 100년은 교회가 한국 사회를 앞에서 이끌어나가는 '빛'의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사회 속에 녹아서 스며들어 남을 돕는 '소금'이 되었으면 합니다."
10일 서울 광화문 신년 기자간담회장에서 만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는 이렇게 강조했다. 교회들 간의 협의체인 NCCK는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동) 정신에 따라 1924년 9월 24일 설립된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의 후신으로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한국교회 100대 방문지, 100대 인물'을 선정 발표하고, 9월에는 10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를 연다.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 100년사'는 물론 '한국기독교사회운동사'를 정리, 책으로도 온라인 아카이브로도 공개한다. 이 외에 다양한 기념사업이 1년 내내 진행된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하반기 중 내놓을 '한국 기독교 사회 선언(가제)'이다. '제2의 88선언'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기획이다. 88선언은 NCCK가 1988년 2월 29일 내놓은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 기독교회 선언'을 말한다. 군부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에 큰 기여를 했던 NCCK가 '평화'와 '통일'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김 총무는 "그때는 지식인 같은 분들이 주도하는 '톱 다운'(top down)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의견을 모아오는 '보텀 업'(bottom up) 방식으로 만들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는 '빛보다는 소금이 되고자 한다'는 말과 상통한다. 김 총무는 "지금까지 NCCK는 우리 사회를 선도하고, 계몽하고, 계도한다는 '빛'의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며 "이제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하는 소금의 역할을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개신교계에서 한 걸음 앞서 있다는 평을 받아왔던 NCCK가 보수화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게 차별금지법 문제, 그중에서도 동성애 이슈다. NCCK는 '동성애 지지는 아니지만 배제나 혐오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어중간한 타협이라 비판받기 십상이지만 쉽지 않은 주제다.
NCCK가 소속된 세계교회협의회(WCC) 차원에서 봐도 나라별로, 또 같은 나라 안에서도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 실제 미국 감리교단은 동성애 문제를 두고 논쟁 끝에 최근 교단이 갈라지기도 했다. 김 총무는 "이 문제에 대해 교회 내에서는 교단 분열에 대한 걱정이 큰 것 같다"며 "많은 의견을 듣고, 많은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NCCK 차원의 유튜브 방송도 곧 시작한다. 변상욱 전 CBS 대기자 등이 참여한 '미디어잡담쑈'(미잡쑈)다. 종교가 현 사회 속에서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잡담하는 형식이다. 김 총무는 "가르침, 묵상을 너무 진지하게만 할 게 아니라 흥겹고 밝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다"며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