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엔비디아가 왜? 가전전시회 CES서 '이례적 간담회'

입력
2024.01.10 04:30
"AI 무대에 우리가 빠질 수 없다"
CES 현장서 나란히 미디어 행사

"혁신을 지속하며 인공지능(AI) 시대 선도 메모리 기업으로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입니다."

8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지난해 말 단독 대표로 취임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미디어 콘퍼런스를 열었다. 콘퍼런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개최 사실만으로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화제가 됐다.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SK하이닉스의 첫 미디어 대상 행사였던 탓이다.

이보다 2시간 전,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도 인근의 다른 호텔에서 자체 행사를 열고 인공지능(AI) 개발 등에 쓰일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 40 슈퍼 시리즈' 3종을 공개했다. 엔비디아가 CES 현장에서 신제품을 선보인 건 처음이다.

통상 CES는 명칭에서 드러나듯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신제품, 첨단 기술이 주로 전시되는 행사다. 이 때문에 주로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부품사 등이 등장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날 두 기업의 행사를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CES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AI인 것과 무관치 않다"며 "한마디로 'AI 무대에 우리가 빠질 수 있겠느냐'라는 뜻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AI 시대 필수품이 AI 반도체이고, AI 반도체를 만드는 자사 역시 모든 기업의 필수 동반자임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라는 뜻이다.

실제로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AI 열풍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주력 제품인 GPU가 AI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반도체로 쓰이면서 지난해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 폭증에 힘입어 시총 100조 원을 넘어섰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현재의 D램보다 데이터를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만든 반도체로,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분류된다.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의 자신감 "3년 내 시총 200조 원"

곽 사장은 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는 "AI 시스템의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짐에 따라 고객이 요구하는 메모리 성능도 다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자 SK하이닉스만의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기술을 잘 준비하고 개발하고 재무 건전성을 훨씬 더 높이면 시총도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3년 이내에 200조 원에 도달하는 게 내부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곽 사장은 최근 모바일용 제품을 중심으로 D램 가격이 반등하고 있는 만큼, 1분기 중 감산 종료 등의 변화를 주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다만 낸드플래시와 관련해선 "상대적으로 (업황의) 개선 속도가 느리다"며 "상황을 보면서 제품별로 (감산 여부에) 차등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 이서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