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법안에 담겼던 ‘특검 추천권’은 빠졌다. 시행 시기는 총선을 치르는 4월 10일로 정했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은 투표 참여 의원 177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표결 직전 본회의장을 떠났다.
특별법은 이태원참사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후속조치 등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 권리 보장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처리된 법안은 박주민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국회의장 중재안을 받아들여 제출한 수정안이다. 조사위원회가 국회에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수정 과정에서 빠졌다. 시행일은 당초 ‘공포 후 3개월’에서 ‘2024년 4월 10일’로 못 박았다. 총선과 동시에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이다.
조사위는 여야 각각 4명씩 총 8명에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추천한 3명을 더해 11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상임위원 3명은 여야 교섭단체와 의장이 각각 추천한다.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는 조사기간은 보고서 작성 기한을 포함해 최대 21개월(12개월+6개월+3개월)에서 18개월(12개월+3개월+3개월)로 줄었다.
여야는 조사위원 구성에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당은 위원 숫자를 여야 동수로 하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측에서 위원회 구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있었다”며 “여당에서 위원장을 추천한다고 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일방 처리'라며 반발했다. 이만희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국민과 사회적 합의는커녕 여야 간 충분한 협의 없이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로 진행된 법안"이라며 "사회와 국회의 민주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편파적 입법, 참사의 정쟁화라는 부정적 전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남아 있다. 다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 그 얘기를 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박주민 민주당 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제출한 수정안"이라며 "신속하게 법에 따라 행정력 투입에 나서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50억 클럽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 재투표를 이날 진행하기 위한 의사일정변경 동의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두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에 대해 민주당이 향후 본회의에서 언제든 재의결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