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마켓은 지난해 1~3분기 기준 유모차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개모차(개와 유모차의 합성어) 비중이 57%로 유아용(43%)을 처음 제쳤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인간을 위한 서비스·상품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로 영역을 넓히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는 호텔·식당, 갈수록 다양해지는 펫푸드 등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는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어엿한 산업으로 자리 잡을 만큼 '돈벌이'가 돼서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5.4%로 집계됐다. 가구로 환산하면 602만 가구로 2012년 364만 가구와 비교해 10년 만에 65.4% 많아졌다. 반려동물 한 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는 15만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만 원 증가했다.
반려동물 양육비를 어디에 주로 쓰는지는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작성한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 2023'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월평균 양육비 14만8,700원 중 사료·간식 등 펫푸드 구입에 가장 많은 7만1,700원을 지출했다. 병원비, 미용비, 용품·장난감 구매비가 그 뒤를 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양육비가 늘면서 전체 산업도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 원에서 2022년 8조 원으로 아홉 배 가까이 커졌다. 반려동물 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으론 다른 가구보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은 1인 가구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초혼 연령 상승, 고령화에 따라 1인 가구는 2012년 454만 가구에서 2022년 750만 가구로 뛰었다.
저출산 심화도 반려동물 산업을 키우는 요인이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딩크족'이 대신 반려동물을 기르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반려동물을 위해 지갑을 더 열도록 하는 소득 수준 상향 역시 산업 확대와 관계가 깊다. 최근엔 반려동물 시장에 불고 있는 고급화 바람이 구매력을 갖춘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소비를 이끌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을 고려하면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에 가깝다. 국내 시장 크기는 2022년 세계 반려동물 시장 3,720억 달러와 비교하면 1.6% 수준에 불과하다. 반려동물 산업 중 규모가 큰 펫푸드 시장도 수입품 비중이 53%로 국산품 47%를 앞서고 있다. 내수 시장과 수출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반려동물 관련 기업이 필요한 이유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펫푸드는 가축용 사료와 함께 관리하다보니 성장이 더뎠는데 선진국처럼 주식, 간식, 특수목적식 등 세분화해 키울 계획"이라며 "소비자는 주식, 간식 등에 꼭 들어가야 하는 영양소를 넣은 회사 제품을 고를 수 있고 해당 기업은 관련 기준을 요구하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길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2022년 7개인 기업가치 1,000억 원 이상인 회사를 2027년 15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