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이태원특별법, 진상규명에 더는 장애 없어야

입력
2024.01.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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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사 발생 후 1년 2개월 만이다.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서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안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은 유감스럽다. 그럼에도 특별법에 따른 진상규명은 온전히 유족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여권은 법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운영에 진정성을 보여야 하고, 야권도 사회적 아픔이 정치화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통과된 특별법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설치가 핵심이다. 특별검사 도입은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민주당이 물러서 포함되지 않았다. 중재안인 특조위 구성을 국힘이 문제 삼으면서 결국 합의 처리에 이르지 못했다. 여당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돼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진상 조사보다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에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특조위원 11명의 구성에도 반대했다. 국회의장과 유가족단체 협의로 3명, 국힘 4명, 민주당 4명의 추천으로 이뤄지는데, 국힘은 사실상 여당 추천 인사 4명, 야당 추천 인사 7명이라고 반발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장 중재안에서 여러 차례 양보와 협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취지와 목적을 훼손하는 무리한 요구를 해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합의 처리 불발에 여야 모두 무겁게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참사 발생 후 1년이 넘도록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기소 여부도 결정하지 않는 등 부실 수사에 대한 유족들의 호소는 존중되어야 한다. 이제 여야는 특별법이 정쟁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체투지까지 진행한 유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지 않고 외면하면 민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고려하는 것도 안 된다.

특조위가 검경이 놓친 공직자의 책임을 낱낱이 드러내, 이런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