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팬들은 야구 중계를 보기 위해 CJ ENM의 티빙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프로 야구' 경기 중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티빙이 웨이브와 합병을 결정한 데 이어 국내 최대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프로야구 중계를 통해 OTT 절대 강자 넷플릭스를 추격할 발판 마련에 나선 것이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티빙의 모기업인 CJ ENM은 전날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상이 끝나면 앞으로 3년 동안 KBO리그 경기, 주요 행사 국내 유무선 생중계·하이라이트 등 VOD 스트리밍 권리와 재판매 사업권 등을 갖는다.
프로야구 중계권 입찰에는 포털·통신 컨소시엄(네이버·SK텔레콤·LG유플러스·아프리카TV), 스포티비(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 티빙(CJ ENM) 등 세 곳이 참여했다. 티빙은 가장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연간 약 400억 원(3년 동안 1,200억 원) 이상의 계약금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포털·통신 컨소시엄이 2019~2022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을 5년 동안 1,100억 원(연간 220억 원)에 계약한 것을 고려하면 파격이다.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권 확보에 나선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OTT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많다. 최근 쿠팡플레이에 국내 OTT 2위 자리를 내준 티빙은 웨이브와 합병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플레이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665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티빙은 521만 명에 그쳤다. OTT 업계 관계자는 "쿠팡플레이가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K리그 등 스포츠 경기를 독점 중계하면서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인 만큼 티빙 가입자도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티빙의 승부수가 통하느냐다. 누적된 적자 상황과 높은 중계료를 고려하면 유료로 중계해야 한다. 하지만 네이버가 그동안 프로야구 중계를 무료 서비스해왔던 터라 유료 전환 시 프로야구 팬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티빙이 네이버에 프로야구 중계권을 재판매해 수익을 거두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네이버가 무료 중계 서비스를 하면 프로야구 팬들이 유료 구독 기반인 티빙 대신 네이버로 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OTT 업계 관계자는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전년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건 프로야구 중계로 큰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티빙이 전면 유료화 대신 유·무료 서비스를 혼합한 방식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를 들어 광고가 포함된 일반 화질 중계는 무료로 제공하고 고화질, 광고 없는 시청 등은 유료 회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한 티빙이 구단별 채널 운영과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부가 콘텐츠로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티빙 측은 "KBO의 흥행과 야구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신개념 디지털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시청자들의 시청 경험을 업그레이드해 디지털 재미를 극대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