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는 가슴 큰 인형 영화"…골든글로브서 혐오 농담한 진행자

입력
2024.01.09 14:42
81회 골든글로브 진행자 조 코이 발언
영화 '바비' 배우들, 불편한 기색 역력
테일러 스위프트에 "NFL보다 노출 적어"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조 코이(53)의 부적절한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진행자로 등장한 코이는 이날 오프닝에서 영화 '오펜하이머'와 '바비'를 비교했다.

코이는 "'오펜하이머'와 '바비'는 박스오피스 흥행상을 두고 경쟁하는데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관한 721쪽짜리 퓰리처 수상작을 토대로 했다"고 설명한 뒤 "'바비'는 가슴 큰 플라스틱 인형으로 만든 영화"라고 성차별적 농담을 던졌다.

영화 '바비'는 전형적인 미의 기준을 상징하던 바비 인형을 재해석해 다양한 여성성을 담아낸 작품이다. 현실을 재치 있게 풍자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세계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골든글로브상에서도 가장 많은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박스오피스 흥행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진행자인 코이가 영화에 대한 이해 없이 작품을 조롱하는 듯한 농담을 던지자 현장은 싸늘해졌다. '바비'의 주연인 배우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은 불편해하는 표정을 지었고 뒤이어 화면에 잡힌 배우 에마 스톤, 설리나 고메즈 등도 찡그리거나 이마를 짚었다. 시상식에 참석했던 니콜 스펄링 뉴욕타임스 기자는 "청중이 이렇게 빨리 진행자에게 항의하는 건 처음 봤다"며 "한 유명 감독은 '재앙적'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주요 외신들도 경솔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타임지는 "성가시고, 논쟁적이며, 굉장히 불편하게 만드는 농담이었다"며 "(농담이) 영화가 직면한 근본적 성차별을 의도치 않게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전 세계 누리꾼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 코이 같은 사람 때문에 '바비' 영화가 만들어진 거다", "영화를 이해 못 한 남성의 무례한 공격"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향한 농담도 논란이 됐다. 코이는 "골든글로브와 미국프로풋볼(NFL)의 가장 큰 차이는 골든글로브에선 스위프트의 카메라 노출 장면이 더 적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식축구 선수와의 열애를 공개한 스위프트가 경기장에 방문할 때마다 중계 화면에 모습이 잡힌다는 사실을 빗댄 건데, 농담 후 스위프트의 굳은 표정이 촬영돼 무례한 농담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판이 계속되자 코이는 촉박하게 대본을 작성한 결과라고 변명했다. 그는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대본 작성 시간이 10일밖에 안 되는 초단기 코스 였다"며 "(비판에) 기분이 안 좋긴 하지만, 여전히 내 퍼포먼스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