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투쟁 참여' 수습 임용 취소… 교통공사 '보복성 해고' 정황

입력
2024.01.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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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수습만 충실도 '극히 불량', 첫 임용 취소 
인사위 심의안 '준법투쟁 고의 열차지연' 명시
노조 "실무 평가 3위 우수 직원, 보복성 해고" 
공사 "종합 평가 낮아서… 규정상 문제없어"

노동조합의 ‘준법투쟁’에 참여한 수습직원의 임용 취소가 ‘보복성 해고’라는 의혹 제기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수습 평가서와 임용 취소를 결정한 인사위원회 심의 안건에 ‘준법투쟁에 참여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시된 것이다. 임용 취소는 종합평가 점수가 낮아서일 뿐 준법투쟁과 무관하다는 그동안의 사측 주장과 배치된다.

9일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수습직원 임용 취소 인사위원회 의결서 및 사업소장 인사평가서’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해 11월 입사 3개월 차 신답승무사업소 소속 수습 A씨의 정직원 임용을 취소했다. 앞서 공사 노조는 지난해 11월 2일부터 일주일간 준법투쟁에 돌입했는데 수습 신분인 A씨도 동참했다. 이후 수습 중 유일하게 A씨 임용만 취소됐다. 공사에서 수습 임용 취소는 처음 있는 일이다.

본보가 입수한 수습평가서를 보면 A씨만 유독 업무수행태도 점수가 낮다. 평가서는 △업무실적 △업무수행능력 △업무수행태도 △근태 네 항목을 ‘우수’ ‘보통’ ‘미흡’ ‘극히불량’의 4단계로 평가하는데 A씨의 경우 업무수행도의 적극성·협조성과 책임성은 ‘미흡’, 업무충실도는 ‘극히 불량’이다. 업무수행태도 기타의견란엔 특이사항으로 ‘실무수습 기간 중 2차례 고의 열차지연 혐의로 감사실 조사 의뢰 중인 자’라는 문구도 있다. 고의 열차지연 혐의는 승객이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운전취급규정’에 따르는 방식으로 준법투쟁에 동참한 걸 뜻한다. 반면 다른 수습 14명 중 ‘극히 불량’이나 ‘미흡’ 평가를 받은 이는 없다. 기타의견에 부정 평가나 특이사항이 적힌 수습도 A씨가 유일하다.

또 공사가 ‘수습해제 여부 심의’를 위해 작년 11월 23일 개최한 인사위원회 심의(안) 특이사항에도 ‘수습기간 중 2차례 노동조합 준법투쟁 관련 고의 열차지연 사유로 감사실 조사 의뢰를 받았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 A씨의 준법투쟁 참여가 인사위원들에게 다 공유된 상황에서 임용 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문건대로면 “준법투쟁과 임용 취소는 관련 없다”는 사측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사는 3개월 수습기간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할 경우 인사위 의결을 거쳐 정직원으로 임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열차지연 행위(준법투쟁)로 임용이 취소된 건 아니다“라며 "종합평가 성적이 낮은 게 이유”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는 “A씨는 지난해 9월 신규 직원 대상 운전실무수습교육 평가에서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고 반박했다. 노조와 A씨 측은 지난달 말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뒤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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