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 윈-윈인가, 마트 배불리기인가

입력
2024.01.09 04:30
서초구 등 이달 말부터 주말 영업 재개
찬성: 온라인쇼핑으로 '주말 휴업' 퇴색
반대: 상권 침해, 종사자 휴식권도 박탈

"직원들끼리 돌아가며 주말 근무를 서도 한 달에 3번은 나와야 해요. 평일에 쉬니 휴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8일 낮 12시, 점심시간을 이용해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서울 용두동 동대문구청 앞으로 모여들었다. 구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과정에 마트 노동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정다운 마트산업노조 서울지역본부 사무국장은 "유통산업발전법상 마트 노동자들도 이해당사자인데 주말 휴식권을 빼앗고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며 평일 휴업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이슈가 다시 불거졌다. 처음 시행된 11년 전엔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대형마트의 휴업을 강제하느냐 마냐가 쟁점이었는데, 이번엔 휴일 조정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 충북 청주시 등 비(非)수도권에 이어 서울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생존권·노동권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재연됐다.

마트·지자체 "주말 휴업 모두에 피해"

서울시에 따르면 서초구는 28일부터, 동대문구는 29일부터 마트 휴무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꾼다. 성동구도 상인회와 마트 측이 평일 전환 논의에 들어갔다.

지자체와 마트 측은 2013년 의무휴업 제도가 도입될 때와 달리 현재 전통시장 수요 회복에 대형마트가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온라인쇼핑 활성화로 두 업태 모두 주말 휴업의 이점을 누리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주말에 영업을 재개해 '윈-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실제 서울신용보증재단 조사(2019~2022년)에서 마트가 쉬는 일요일의 주변 상권 매출액이 문을 여는 일요일보다 1.7%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자체 측 역시 마트와 시장의 '상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쉬는 주말에 소비자는 시장을 찾기보다 타 지역을 방문하는 경향이 있다"며 "휴일 전환을 통해 전통시장과 마트의 상생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노동자 "휴일 전환, 휴식권·생존권 침해"

소상공인이나 마트 노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평일에 쉬면 종사자의 주말 휴식권이 침해되고 지역상인들의 생존권 위기가 더 커져 대형마트의 배만 불릴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해 2월 평일 휴업을 시작한 대구시 통계를 봐도, 제도 변경 6개월 후 둘째·넷째 주 일요일의 대형마트 매출액은 이전보다 52.9% 증가했지만 전통시장 매출액 증가율은 29.1%에 그쳤다. 파급 효과가 적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거리두기 해제 후 보복성 소비가 증가한 것을 고려해도 전통시장은 평일 전환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자들은 주말 영업 재개로 업무량은 급증한 반면, 평일에 쉬어 여가의 질은 대폭 낮아졌다고 항변한다.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14년째 근무한 신경자(56)씨는 "평일에 비해 주말 노동 강도가 2배는 돼 일이 끝나면 손을 제대로 펴지도 못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만큼 보완책은 필요해 보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와 인근 상권은 제로섬이 아닌 공동운명체"라며 "주말 영업에서 파생된 대형마트의 이익을 마트 노동자, 소상공인과 나누는 식의 보완정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