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혼, 비혼 등 달라진 결혼 행태에 따른 미혼 인구 증가가 전체 노동 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일을 늘리는 효과보다 미혼 남성이 노동 공급을 줄이는 효과가 더 커서다.
8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미혼 인구 증가와 노동 공급 장기추세’에 따르면 한국의 초혼 연령은 남성의 경우 2000년 29.3세에서 2022년 33.7세로, 같은 기간 여성은 26.5세에서 31.3세로 늦어졌다.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인구 비중인 생애미혼율 역시 2013년 약 5%에서 2023년 14%로 세 배가량 높아졌다.
이에 미혼 인구 비중은 전 연령대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30~50세 ‘핵심 연령층’ 내 미혼 인구 비중은 2000년 7.4%에서 2020년 24.6%로 17.2%나 증가해 전체 미혼율을 높이는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학력 수준을 나눠 보면 남성은 저학력에서, 여성은 고학력에서 미혼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미혼 인구 증가가 노동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미혼 여성은 기혼 여성보다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2013~2023년 평균)이 19%포인트, 16%포인트씩 높았다. 기혼 여성이 출산, 육아 등 부담으로 일자리를 포기하는 현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남성은 기혼자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미혼자 대비 각각 13%포인트, 16%포인트 높았다. 가계 부양 부담이 적은 미혼 남성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참여를 보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선 총 노동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미혼 증가로 인한 여성의 노동 공급 증가보다 남성의 노동 공급 감소 효과가 더 커서다. 미혼 남성의 총고용률이 0.5%포인트 낮아지는 동안 미혼 여성의 고용률 증가 효과는 0.2%포인트에 그쳤다.
미혼 인구가 늘면 출산율이 떨어져 미래 노동 공급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연구진이 노동 공급 장기 추세를 추정한 결과, 30년 후 미혼 비중이 남성 60%, 여성 50%까지 확대되면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년 뒤인 2031년 79.7%로 이른 정점을 맞이한 뒤 빠르게 추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혼인·출산율을 높이는 ‘미혼 완화 정책’과 미혼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이는 ‘미혼 적응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게 한은 조언이다. 정선영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청년 자립 지원, 일·가정 양립 문화 조성을 통해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기회비용을 낮춰야 한다”며 “유연한 일자리와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중시하는 미혼 근로자가 적극 참여하도록 노동시장 체질을 개선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