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지국장의 끝없는 비극… 이스라엘군 공습에 가족 5명째 사망

입력
2024.01.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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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말 숨진 아내·딸·손자 등 이어
언론인 맏아들도 '이동 중 폭격'에 살해돼
'팔 기자' 표적 살해 의혹... 이스라엘 '부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가족 4명을 잃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의 와엘 알다흐두흐(52) 가자지구 지국장이 7일(현지시간) 맏아들마저 하늘로 떠나보냈다. 사망한 장남 역시 알자지라 기자로, 가자지구 인근에서 차량 이동 중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25일 아내와 딸 등이 숨진 지 75일 만에 또다시 접한 비보다.

알자지라는 이날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서부 지역에서 언론인 차량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함자 알다흐두흐, 무스타파 투라야 등 소속 기자 2명이 목숨을 잃었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27세인 함자는 알다흐두흐 지국장의 맏아들로, 이스라엘군 폭격 탓에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 민간인 취재를 위해 이동하던 길이었다.

"내 영혼의 영혼을 잃었다... 취재 계속할 것"

알다흐두흐 지국장은 알자지라에 "함자는 나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는 나의 전부였고, 그는 내 영혼의 영혼이었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취재와 보도를) 계속할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전 세계에 끊임없이 알리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알다흐두흐 지국장은 전쟁 초기였던 지난해 10월 25일, 생방송 중 가족 4명이 이스라엘군 공습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내 암나(당시 44세)와 여섯째 아들 마흐무드(15), 막내딸 샴(7), 손자 아담(1) 등 4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당시 그는 "팔레스타인 언론인의 삶에서 힘겨운 순간은 사건 현장을 취재하러 갔다가, 자신의 가족에 대한 뉴스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알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는 7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군이 언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잔인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 원칙과 생명권 침해"라고 규탄했다. 이어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인권단체, 유엔 등에 이스라엘군의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중 숨진 언론인, 팔레스타인인이 대다수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언론인 표적 살해' 의혹도 재점화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언론인 중 팔레스타인인이 유독 많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감시기구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지난 6일 기준 이번 전쟁으로 숨진 언론인 77명 가운데 70명이 팔레스타인인이라고 발표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언론국은 이날 사망한 2명을 포함, 이스라엘군 공격에 팔레스타인 기자 109명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개전 후 알자지라가 하마스 입장을 대변한다고 비판하며 이 매체의 이스라엘 지국을 폐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군은 (공습 관련)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며 "군 관계자는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지 않고 있고, 언론인과 민간인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만 밝혔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