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여성 환자가 남성의 절반… 장내 유산균 때문?

입력
2024.01.08 10:28
분당서울대병원, 대장 선종·대장암 환자 분석 결과

인체에 유익한 균으로 알려진 유산균·낙산균이 대장암, 대장 선종(腺腫)을 비롯한 대장 질환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남녀·연령별로 대장암 발병률이 2배 가까이 차이 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제1저자 송진희 연구 교수)은 대장암·대장 선종 등 대장 질환의 발병률이 낮은 여성 및 55세 이하 젊은 연령대에서 유산균·낙산균 등 장내 유익 균이 많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최근 발표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의 한 해 발생자는 3만2,751명으로 폐암을 제치고 국내 발병률 2위를 기록했다. 발병률 1위인 갑상선암(3만5,303명)에 근접한 수준으로, 지난 2019년 동일 조사에서 4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아주 가파른 증가세다.

대장암 발병에 미치는 요인으로는 성별, 연령, 가족력, 흡연 여부, 식습관 등이 있는데,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이 2배가량 높다. 발생 위치에도 차이가 있어 성호르몬이 발병 메커니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장 내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는 ‘장내 세균’이 대장암 발병에 직·간접적인 역할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암 발병의 원리와 치료법을 밝혀낼 단서로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남녀·연령별 등 요인과 장내 세균 총 변화, 대장암 발병 간 상호작용에 주목해 실제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2021~2022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대장 선종 및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대변 데이터가 사용됐다.

그 결과, 대장 선종이나 대장암을 앓는 환자보다 그렇지 않은 건강한 대조군에서 장내 유익 균이 유의미하게 많았다. 특히 여성, 55세 이하 연령에서 각각 유산균과 낙산균 분포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통계적으로도 남성·고령에 비해 대장암 발병 위험이 낮은 집단으로 유산균·낙산균 등 장내 유익 균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나영 교수는 “여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남성의 절반 수준”이라며 “건강한 여성의 장내 세균 총에서 발견되는 유익균을 분석해 대장암 예방 및 치료제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Gut and Liver’ 온라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