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발발 엿새째인 6일 일본 이시카와현 스즈시의 한 무너진 주택에서 90대 여성이 기적적으로 구출됐다. 새해 첫날 오후 규모 7.6 강진이 발생한 지 무려 124시간 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지진 희생자는 100명을 넘어섰고, 연락 두절자가 약 200명에 달해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7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전날 밤 스즈시에서 구조된 93세 여성은 이날 오전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다만 같은 집에서 구조된 40대 여성은 이미 심장 정지 상태였다. 구조된 93세 여성의 아들은 “설날에 귀성한 친척 등 7명이 집 안에 있다가 지진을 당했다”며 “만약 반 발짝이라도 늦게 나왔다면 내 목숨도 없었을 것”이라고 TV아사히에 말했다.
이번 구조는 인명 구조의 ‘골든 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을 훌쩍 넘은 상태에서 이뤄진 극히 드문 사례다. 일본에선 1995년 한신대지진 때 지진 현장에서 72시간이 지나 구조한 피해자들이 탈수나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한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72시간 내 구조를 중요시한다. 일본 경찰과 소방 당국은 93세 여성과 같은 매몰 사례가 아직 더 있을 것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구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7일 밤부터 8일까지 지진 피해 지역의 기온이 크게 낮아지고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상돼 저체온증에 의한 건강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피해 지역 7일 낮 최고기온이 영상 4도에 그치는 등 추위가 찾아오고, 7일 밤부터는 폭설이 내릴 전망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무너진 주택에 갇혀 있는 실종자뿐 아니라 피난민도 저체온증이나 감염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미 피난소 곳곳에서 감기는 물론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 등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이시카와현에 따르면 7일 오후 2시 기준 강진 피해 사망자 수는 128명에 달한다. 일본에서 지진 사망자 수가 100명이 넘은 것은 총 276명이 숨진 2016년 구마모토지진 이후 처음이다. 이시카와현 내에서만 1,000채가 넘는 집이 붕괴했다. 이날 아침까지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발표된 사람도 195명에 달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일본 국토지리원은 이번 지진으로 와지마시 부근이 3m나 융기하는 등 상당히 큰 규모의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각 변동으로 해안선이 바다 쪽으로 최대 175m 확장돼 육지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토 히에아키 히로시마대 교수 등이 지진 후 촬영한 항공사진 등을 바탕으로 노토반도 북동부 스즈시에서 북서부 와지마시까지 약 50㎞의 해안을 분석한 결과다. 확대된 총면적은 2.4㎢에 달한다. 반도 북쪽 해안에선 땅이 솟아오르며 육지가 돼버린 항만도 여러 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