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4·10 총선 레이스 초반 최대 복병으로 부각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기선을 잡으려다 이재명 대표 피습 정국에서 점수를 잃은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 주 부산을 집중 공략하며 표심 탈환에 나서지만, '이준석 신당'에 대한 기대가 높은 곳이라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출렁이는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한 여야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부산 민심에 공들여 왔다. 부산 엑스포가 물 건너가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이 흔들리자 "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강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2016년 총선을 거론하며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당시 민주당은 부산 지역 의석 18석 가운데 5석을 얻어 최고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피습 이후 '부산 홀대론'이 불거지면서 스텝이 꼬였다.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자 부산시의사회는 "지역 의료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지역 민심이 자극받아 총선 정국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소속 부산 정계 인사는 7일 "지역 대 지역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 부산은 기분 나쁠 수밖에 없는 사안 아니겠느냐"고 바닥 여론을 전했다.
민주당은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며 그간 부산 구애에 나선 '이재명의 진심'을 부각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민주당 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지난달 현장 최고위에 이어 새해 첫 행보로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찾는 등 보름 사이 부산을 두 번이나 찾은 건 부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부산 지역 현안을 챙기다 피습을 당한 데 따른 동정론도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세가 시들한 점도 민주당에 호재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은 "경제가 어려우니까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다 불만이 크다"면서도 "지난 총선에서 떨어진 민주당 의원도 40% 넘게 표를 받은 것을 보면 이제 부산이 꼭 보수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엑스포 유치 실패로 주춤하던 국민의힘은 다시 부산에 화력을 쏟아부을 참이다. 새해 첫 일정으로 대구·경북(TK)을 찾은 한동훈 위원장은 10일부터 1박 2일간 부산을 방문한다. 현장 비대위원회의를 열고 부산 일자리 정책을 챙길 예정이다. 올 들어 전국 순회에 나선 '한동훈 비대위'가 한 지역에 이틀간 머무는 것도, 현장 비대위원회를 여는 것도 모두 부산이 처음이다.
당 관계자는 "단순히 신년 인사만 하는 게 아니라 부산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행보를 추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부산 방문에서 한국산업은행 이전과 북항 재개발 등 부산의 숙원사업을 챙기며 엑스포로 이탈한 민심을 달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앞서 세 차례 총선에서 민주당의 역습에 일부 의석을 내줬지만, 올 총선에서는 부산 지역 전석(18석) 탈환을 목표로 삼았다.
한 위원장 방문에 앞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피습으로 불거진 부산 홀대론을 강조했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 14명은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에 대해 "민주당의 부산 홀대를 목도한 부산 시민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며 공세를 폈다.
이처럼 여야가 부산 구애에 사활을 거는 건 지역 표심이 그만큼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대구·경북(TK)에 비하면 충성도가 높지 않다. 윤석열 정부 초기 부산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60%를 넘어섰다가 지난해 말에는 38%(한국갤럽)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준석 신당에 대한 기대가 16%(SBS-입소스 여론조사)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것도 여야 모두 방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회의원과 청와대 요직을 지낸 정치권 관계자는 "부산은 역대 보수정권에서 민심의 균열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며 "윤석열 정권과 디커플링(분리)되는 흐름이 커지는 상황에서, 여도 야도 아닌 제3지대 선택지가 충족될 경우 총선 판세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