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논란' 산천어 축제... "미국 콜라 수입해 지역 경제 살리겠다는 말"

입력
2024.01.07 12:50
19면
39개 시민단체 화천군청서 기자회견 
"이송 전 및 축제에서 동물학대 자행"



"외지에서 생산한 산천어로 자립하는 지역경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미국에서 코카콜라를 수입해 화천코카콜라축제를 열어 자립하겠다는 말과 같다."
39개 시민단체

'2024 화천산천어축제'가 개막한 6일, 39개 시민단체는 화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천어 축제의 동물학대를 규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축제장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축제의 문제점을 알리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연관기사
• “맨손잡이는 극도의 고통”... 산천어∙송어 축제에 어류는 괴롭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0315250004673)

단체들은 단 23일간의 축제를 위해 전국 양식장에서 60만 마리의 산천어가 인공번식으로 태어난다고 지적했다. 산천어는 이 과정에서 밀집사육, 축제 전 굶김, 운반 시 과도한 스트레스로 축제 전부터 고통을 받는다. 또 축제에서는 맨손 잡기, 얼음낚시 등 오락프로그램에 이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동물에 대한 인도적 대우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산천어 축제가 화천천의 토종 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축제가 열리는 화천천은 상수원보호구역인데도, 길이 2㎞에 달하는 단단한 얼음판 설치를 위해 수중 제초와 물막이 공사가 강행된다는 것.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화천천은 다른 곳으로 산천어가 가지 않도록 인공조치를 통해 앞뒤로 막혀 있다"며 "강을 막고, 외래종을 집어넣고, 학대하는 행위를 다른 지방에서 똑같이 해도 되는지 화천군에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민선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도 "축제에 풀어놓는 산천어는 전국 양식장에서 실어온다"며 "양식과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약품은 해양 오염을 야기하며, 어업으로 잡은 치어를 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남획을 가속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맨손잡기 프로그램과 산천어 양식과정에서 생사료 사용, 산천어를 경품으로 주는 행위를 중단하고 얼음낚시 프로그램 규모 축소, 산천어가 죽기까지 인도적 대우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어 생태적 축제로의 전환과 생태∙동물 친화적 프로그램 강화, 화천천의 생태계 복원, 산천어 동물복지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주문했다.


시셰퍼드코리아는 산천어 축제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화천군에 전달하기 위해 '화천산천어축제 맨손잡기 프로그램 중단 1만 명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은 "가족, 친구들의 행복과 아동의 교육, 지역문화의 발전을 살육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것은 문명의 수치다", "무심코 즐기던 일이 자연과 생태계를 훼손하는 일이었다. 반성한다" 등 축제의 전환을 요구하는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한편 축제를 준비한 재단법인 나라와 강원 화천군은 개막 첫날에만 10만1,000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산천어축제와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비판받았던 △인제빙어축제 △평창송어축제 △양평빙어축제는 전국적인 이상기온으로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장사항 오징어 맨손 잡기 축제는 몇 해 전부터 어획 부진으로 오징어가 귀해지며 2020년부터 열리지 못하고 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