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협심증에 더 취약한 이유?

입력
2024.01.06 11:57
[건강이 최고] 고려대 안암병원, 여성 관상동맥 미세 혈관 장애가 남성보다 48% 더 높아

관상동맥 미세 혈관 장애와 이로 인한 협심증에 여성이 더 취약한 이유를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협심증(狹心症·angina pectoris)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흉통을 일으키는 심혈관 질환이다. 심근경색으로 진행돼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요하다.

협심증은 대부분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冠狀動脈)이 좁아져 발생하지만 협착이 나타나지 않은 상당수 환자는 관상동맥에서 갈라져 심장 근육과 직접 연결되는 미세 혈관 장애로 인해 것일 수 있다.

이전까지는 미세 혈관 장애가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을 뿐 이를 상세히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이에 박성미·김소리·김미나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여성 심장이 관상동맥 미세 혈관 장애와 이로 인한 협심증에 더 취약한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에 나섰다.

연구팀은 2018~2021년 흉부 이상 증상으로 진료받은 환자 중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진 증상이 관찰되지 않은 환자 202명을 대상으로 미세 혈관에서 기능에 장애가 나타난 비율과 혈류 속도의 변화 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단시간 동안 관상동맥을 확장하는 약물인 아데노신을 주입한 후 피가 흐르는 속도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관상동맥 협착이 없는 협심증 환자 중 40%는 미세 혈관 기능 장애가 동반됐다. 특히 여성 환자는 남성보다 관상동맥 미세 혈관 장애 유병률이 48% 더 높았다.

이런 결과는 관상동맥 미세 혈관을 흐르는 혈류 속도가 남녀 간에 차이를 보이는 점을 통해 확인됐다.

혈관을 확장하는 약물에 반응해 혈류 속도가 빨라지는 정도는 남성에게서 더 뚜렷이 나타났다.

여성의 관상동맥 미세 혈류 속도는 천천히 증가하고 남성보다 지속적으로 낮다는 것이 확인돼 남녀 간에 관상동맥 미세 혈관 기능 차이가 있음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로 그동안 심혈관 질환이 있어도 증상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여성 환자를 진단·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미 교수는 “여성이 산소 소비량과 심장 수축 기능을 나타내는 지표인 ‘좌심실 박출률(Left Ventricular Diastolic Function·LVDF)이 더 높지만 관상동맥 미세 혈류 속도가 더 느리고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확인되면서 남녀 간 차이를 최초로 규명했다”며 “관상동맥 미세 혈류 속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허혈성 손상 및 협심증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근거”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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