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감독 "52번 편집, 영화로 도 닦는 느낌" [인터뷰]

입력
2024.01.08 10:50
'외계+인' 2부 연출한 최동훈 감독
높은 완성도 위해 52번 편집 거쳐 
"영화 향한 내 사랑, 다시 느꼈다"

'외계+인' 1부는 씁쓸한 성적을 거뒀던 작품이다.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등 화려한 출연자 라인업을 내세웠으나 관객 수는 154만을 돌파하는데 그쳤다. 연출을 맡은 최동훈이 '타짜' '도둑들' '암살' 등으로 큰 명성을 얻은 감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욱 아쉬운 성적이었다.

2부를 선보이기 전 최동훈 감독의 부담감이 막중했을 터다. 그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작업에 몰두했고 무려 52번의 편집을 거쳤다. 그야말로 '도를 닦는' 심정이었단다. OTT를 통해서도 볼 수 있게 된 '외계+인' 1부가 대중의 긍정적인 재평가를 이끌어내고 최 감독이 끝없는 노력을 쏟은 가운데 2부는 기분 좋은 반전을 기다리는 중이다.

최동훈 감독은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외계+인' 2부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 감독은 52번의 편집을 거쳤다고 했다. 그는 "기술 시사를 하고 뛰어나가서 편집을 한 번 더했다"고 밝혔다. "녹음실 가기 전날에는 '정말 바꿀 게 없나' 했다. '단 1초 분량이라도 더 할게 없나'라고 생각했을 때 '난 이제 영혼까지 털었다. 더 이상 바꿀 게 없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왔다"는 게 최 감독의 설명이었다. '외계+인'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 그는 후회가 남지 않게 일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었다고 했다.

뜻밖의 소득도 존재했다. 최 감독은 "'영화를 만든다는 건 힘들지만 되게 흥미로운 일이야'라고 다시 느꼈던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2부가 저한테는 도를 닦게 해주는 영화였다. 이렇게 작업을 하는 게 몸에 뱄으면 좋겠다. 잊어버리지 않길 바란다"는 이야기로 열정을 드러냈다. 2부의 개봉을 앞둔 그는 긴장감과 흥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단다.

2부와 관련된 기대감도 있다. 최 감독은 "1부는 장르적 특성상 낯섦이 있었다.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2부에는 낯섦이 익숙해지고 옅어진 듯하다. '이 세계를 알 것 같아'라는 친근감이 느껴지는 게 나한테 흥미로운 지점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최 감독은 '외계+인'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 가장 한국적인 SF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기술도, 소재도 한국적이길 바랐다. 그는 "봉준호 감독님의 '괴물' 때 디자인을 하셨던 분이 있다. 그분께서 우리의 외계인을 디자인하셨다. (외계인을) 3D로 만드는 과정이 되게 흥분되고 재밌었다. 멋있지만 공격적으로 표현되고 크리처처럼 보이지 않길 원했다. 어떤 인격을 가진 친구처럼 보였으면 했다"고 이야기했다.

작품 속 장소 또한 중요했다. 최 감독은 "공간이 영화의 뉘앙스를 결정짓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드 집을 정할 때가 특히 어려웠단다. 그는 "도심에 살 수도, 한적한 곳에 살 수도 있지 않나. 도심에 살면 거기에 어울리는 액션과 분위기로 가는 거다. 프리 때 '가드는 돈이 많을 것 같아. 넓은 땅을 갖고 있을 듯해'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지금의 장소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어울러 과거와 현대의 느낌을 동시에 자아내는 공간인 남대문은 그가 촬영을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장소였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다. 이안 역의 김태리는 2부에서 내레이션을 통해 이전의 내용들을 설명해 준다. 그 덕분에 1부를 보지 않은 사람도 2부를 이해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앞에 서머리를 만드는 건 시나리오에도 있었다. '누구 목소리로 시작할 것인가' 고민했을 때 '1부 전체의 내막을 아는 사람이 해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썬더(김우빈) 아니면 이안이더라"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김태리와 김우빈에게 내레이션을 들려달라고 했고 '2부의 시작은 이안이 되는 게 맞는 듯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김우빈은 흔쾌히 최 감독의 의견에 동의했단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완성한 최 감독은 "이렇게 힘들게 작업한 적은 없었지만 내가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강조했다. '타짜'는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3주가량 후반 작업을 했는데 이번 작품은 지칠 정도로 오랜 시간 붙잡고 있었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

최 감독의 땀방울이 담긴 '외계+인' 2부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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