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2024년 한 해 우리나라가 직면할 안보·경제 환경에 관한 많은 전망과 우려를 듣게 된다. 안보 환경과 관련해서는 미중 관계,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의 전쟁 등 지정학적 요소와 함께,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수십 개 국가에서 중요한 선거를 치르게 되고, 이것이 우리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말 평양에서 개최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재규정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했다.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에 이어 대남 무력 통일 전략을 선포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우리도 자체적으로 핵을 개발하거나, 최소한 전술핵을 다시 배치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 작년 7월 출범한 핵협의그룹(NCG)을 제대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12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2차 회의에서는 많은 구체적 진전이 있었다.
먼저, 위기 시 및 전시 핵 협의 절차를 규정하는 한미 간의 핵 운용 지침(가이드라인)을 올해 6월까지 완성하기로 하였다. NCG 발족 이전에 우리 국민들이 미국의 확장 억제력을 크게 신뢰하지 못한 이유는 이것이 미국의 일방적 조치이고, 우리나라는 그 과정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가이드라인의 완성으로 이러한 우려에서 벗어나 '공동 기획, 공동 이행'에 성큼 다가서야 할 것이다.
둘째, 정보 공유 절차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필자가 외교관으로 활동하던 시기, 미국과의 안보 협의에서 가장 답답함을 느꼈던 분야가 핵무기 체계와 그 운용 절차에 대한 정보였다. 그만큼 미국도 가장 보안을 강조하는 분야이다. NCG의 발족으로 양질의 정보공유에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셋째, 훈련과 연습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군 지휘관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가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쓸모없는 군대'라는 것이다. 두 나라의 군대가, 그것도 핵과 재래식 전력의 통합(CNI)이라는 정교한 작전을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훈련과 연습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12월 회의에서는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이외에도 전략적 메시지, 위험 감소 등에 대한 한미 간 협력 방안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2024년 새해에도 NCG가 큰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몇 가지 추가적인 고려 사항을 정리해 본다.
첫째, 올해 6월 핵과 재래식 전력의 통합에 기초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이행할 작전계획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작년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안보협의회에서 맞춤형 억제 전략(TDS)을 10년 만에 개정하였고, 당시 신원식 장관은 이를 '작전적 수준'까지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하였다.
둘째, 이렇게 마련된 가이드라인과 작전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제, 대량 응징 보복 등 3축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신속히 완비하여야 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방 중기 계획이 3축 체계 능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은 적절하다.
셋째, 정보 공유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미국 전략사에 우리나라 장교들을 파견 근무하게 해야 한다. 현재 NCG 산하에 구성된 워킹그룹의 일부 장교들을 파견하여 한·미 연합사처럼 양국 군이 전략사 내에서 같이 생활하고, 근무하는 배속 장교 형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