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뜻 반하는 특검 거부... 납득할 대안도 제시해야

입력
2024.01.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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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해 국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주도해 국회에서 통과된 후 그제 국회가 법안을 이송하자마자, 이날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야권은 '방탄 거부권' 등으로 이를 규탄하고 재의결을 다짐해 특검법 공방은 4월 총선 이슈로 가고 있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의 지난 세 차례의 거부권 때와 확연히 달랐다. 헌법 53조는 법안의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에 앞서 통상 여론 수렴의 형식을 취했다. 노란봉투법 및 방송3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은 시한 만료 직전(정부 이송 후 14일)에 행사됐고, 간호법 제정안(12일)과 양곡관리법 개정안(4일)도 일정 시간을 두었다.

이전엔 없었던 대통령 비서실장의 관련 브리핑도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을 밝히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총선용 여론조작용", "대장동 특검법은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은 다수 국민이 듣고 싶은 설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론은 공정과 상식의 관점에서 제기된 의혹 자체에 대한 입장을 원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에 야당 비판만으로 국민을 납득시킬 수는 없다.

영부인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제도적 대안으로 꼽히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선 "여야가 합의해 특별감찰관을 추천해 달라"고 원론적 입장을, 제2부속실 도입은 "국민 다수가 원하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통령이 가족이나 친인척이 얽힌 특검법을 거부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가족의 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법인 만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고려해 거부권 행사를 회피 또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던 이유다. 3개월 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윤 대통령은 "국민이 늘 옳다"고 했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여론이 60% 이상이었다. 민심에 반한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