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청력 '뚝' 떨어지고 어지럼증까지… 혈관 장애 때문?

입력
2024.01.05 18:00
강북삼성병원, 초기부터 고압 산소 치료·항응고 요법 병행 필요

어지럼증과 귀 속 후반고리관 기능 저하를 동반한 돌발성 난청이라면 기존 스테로이드 치료 결과가 불량해 혈관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후반고리관은 내이(內耳)에 있는 3차원 공간 위치를 알려주게 하는 섬세한 고리 모양의 세반고리관(three semicircular canals·상반고리관 후반고리관 수평고리관)의 하나다.

이에 따라 초기부터 고압 산소 치료나 항응고 요법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민범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홍준표 전공의 연구팀은 2017~2022년 강북삼성병원을 찾은 돌발성 난청 환자 165명을 대상으로 어지럼증을 동반한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을 분류해 분석한 결과다.

돌발성 난청은 별다른 원인 없이 청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질환이다. ‘순음 청력 검사(pure tone audiometry)’에서 3개 이상 연속된 주파수에서 30데시벨(dB) 이상의 청력 손실이 3일 이내 발생하면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한다.

순음 청력 검사는 오디오 미터를 사용해 125·250·500·1,000·2,000·4,000·8,000Hz의 주파수 순음(純音·pure tone)을 들을 수 있는 최소의 역치(閾值)를 측정하는 검사로, 청력 민감도를 평가한다.

돌발성 난청은 발생 원인을 알기 어려울 때가 대부분이지만, 달팽이관 내 바이러스 감염과 혈관 장애가 주요 발병 원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달팽이관의 복잡한 구조로 인해 난청 원인이 바이러스 감염인지 혈관 장애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워 원인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연구 결과, 어지럼증과 후반고리관 기능 저하를 동반한 돌발성 난청일 때 기존 스테로이드 치료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에 “어지럼증과 후반고리관 기능 저하를 동반한 돌발성 난청은 혈관 장애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아 기존 스테로이드 치료보다는 고압 산소 치료나 항응고 요법 등을 초기부터 병행하는 치료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총와우동맥(CCA)은 와우(蝸牛·달팽이관) 전체와 후반고리관의 혈액 공급을 담당한다. 만약 총와우동맥이 막히는 등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달팽이관 기능 저하로 인한 돌발성 난청과 후반고리관 기능 저하로 인한 어지럼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는 청력 검사와 평형 기능 검사 결과를 조합해 알 수 있고, 돌발성 난청의 원인이 혈관 문제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김민범 교수는 “돌발성 난청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더라도 영구적 난청이 생기는 경우가 40~50%에 이를 만큼 대표적인 이비인후과 응급 질환”이라며 “빨리 원인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한데, 이번 연구로 새로운 치료법을 조기에 고려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이비인후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