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년간 100조 원이 넘는 기금 운용 수익금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운용 수익률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기금 규모는 처음 1,000조 원을 넘겼다. 2022년 말 기금 규모(약 890조4,657억 원)에 대입하면, 작년 한 해 109조 원을 웃도는 수익을 거뒀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부터 집계한 누적 수익금(550조 원 예상)의 5분의 1을 단지 1년 만에 벌어들인 셈이다.
이에 작년 운용 수익률은 12%를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 3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익률이자, 역대 다섯 번째 두 자릿수 수익률이다. 앞서 2009, 2010년 2년 연속 10.4%의 수익률을 거뒀고, 2019년 11.3%, 2021년엔 10.8%를 기록했다. 2022년 말까지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1%다.
지난해 국내외 증시 호조가 역대 최고 실적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기별 부침이 있긴 했으나, '긴축 종료가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이 대체로 지속됐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개선됐다. 1년간 미국 나스닥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각각 43.4%, 13.7%씩 뛰었고, 국내 코스피지수도 최종 18.7% 상승 마감했다.
특히 4분기 투자심리가 대폭 개선됐던 영향이 컸다. 10월 말 연 5%를 뚫었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말 연 3.8%대로 떨어지면서 자산 가격이 상승했고, 다우존스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주식 상승장이 지속됐다. 2분기 9.1%에서 3분기 8.7%로 뒷걸음쳤던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이 4분기 뒷심을 발휘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앞서 2022년 국민연금은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을 거뒀다. 운용 수익률이 마이너스(-)8.2%를 기록하면서 79조6,0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이다. 미국이 41년 만, 독일은 49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자, 각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자산가치가 급락했을 때다. 당시 국민연금 자산 중 대체투자를 제외한 국내외 채권, 주식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는데 국내 주식 손실은 -23.8%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6년 후인 2030년 국민연금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전환기에 진입하고, 2055년엔 기금 고갈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단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중기자산배분안(2024~2028년)을 의결하고, 5년간 연 5.6% 수익률을 목표로, 부동산, 인프라 자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대체투자는 2022년에도 8.9%의 수익률을 거두는 등 전통자산 대비 수익률이 높고 하락장에서는 수익률 방어 역할을 한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