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위기라고 한다. 아마도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집단들이 서로 화합, 통합, 균형, 존중하기보다는 갈등, 분열, 혐오, 반목을 한다고 느낀다면 분명히 위기이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이 성별, 연령, 세대, 지역, 계층, 이념, 정파 사이를 포함하여, 정치 세계는 물론 일상적 생활 세계까지 번지고 있다고 인식된다면 분명하고도 엄청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의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미국의 언론인 월터 리프만은 언론이 사회를 바라보는 창이며,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언론과 대중 매체에 의해 형성되며, 따라서 사람들은 현실보다는 이러한 언론이 제공하는 '가상의 현실'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리프만의 주장을 따른다면 요즈음 한국 언론과 매체가 제공하는 '가상의 현실' 속의 한국 사회는 집단 간에 서로 반목하고 혐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언론 학자들은 최근의 한국 언론이 사회적 위기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국민적 분열과 대립에 적극 참여하거나 이를 부추기는 양상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언론이 특정 정파나 집단, 또는 정치적 이념을 지지하거나 증진하는 방식으로 뉴스와 정보를 보도하는 것을 정파언론(partisan journalism)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파언론의 기원은 미국의 건국 시기까지 올라간다. 이 시기의 미국 신문들은 주로 정치 당파나 그 지지자들의 지원과 통제를 받았기 때문에, 객관적인 뉴스 제공보다는 특정한 정치이념을 주장하는 데 더 집중했다. 따라서 미국 언론의 이러한 분극화는 당시의 정치적 분열을 반영하며 정치적 혼란을 가중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언론의 고유한 기능 중의 하나는 시민들로 하여금 사회적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숙의할 수 있는 공론장(the public sphere)을 제공하는 것이다. 언론이 특정한 정파에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편향적 보도를 지속한다면 이러한 공론장은 쉽게 무너진다. 이성적인 토론과 숙의의 공간도 사라지게 된다. 결국 정치가 사회의 문제들을 조정하지 못하게 되고, 각 집단들은 서로 분열하고 대립하고 억지 부리며 싸우게 된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기성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아서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거, 정치, 정부 활동에 관한 정보를 얻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정치 전문가라고 인식하는 등의 주관적 정치지식이 높고, 실제로 자신이 알고 있는 객관적인 정치지식보다 더 많은 정치지식을 갖고 있다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트위터, 1인 미디어가 한국 언론의 이러한 정치 편향성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결국, 우리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언론이 먼저 정파적 이익에 헌신한다는 오명을 벗고 객관적이고 불편부당한 언론으로 거듭남으로써 민주적 견제와 균형의 공론장을 회복하는 길밖에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