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피의자 김모(67)씨가 구속됐다. 김씨가 이 대표를 반년 전부터 따라다니며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성기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오후 이 대표 피습 사건 피의자인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판사는 “범행 내용, 범행의 위험성과 중대성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해 피의자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한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0분 만에 끝났고, 2시간 만에 구속 결정이 나왔다.
김씨가 지난해 6월부터 이 대표를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면서 범행에 사용할 흉기를 미리 구입하는 등 오랫동안 범행을 계획했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지난해 6월부터 6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따라다녔다. 범행에 사용할 흉기도 이 시기에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13일 부산, 지난 1일 경남 봉하마을 방문 등 이 대표 일정 등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그가 2일 사건 이전 다른 행사에서도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3일 충남 아산시의 김씨 자택과 부동산중개사무실,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3대와 휴대폰 3개, 칼과 칼 갈이 각 1개, 업무용 노트 1권, 현수막 4개 등 모두 14점을 확보했다. 현수막에는 정치 관련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전날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김씨의 당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적은 확인했으나 공개에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씨는 수년 간 국민의힘 당적을 보유하다가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정치 관련 유튜브를 자주 검색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의 상태와 관련해 경찰은 전반적 심리 상태 파악을 위해 프로파일러 투입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이날 실질심사를 위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때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취재진의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동요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를 왜 공격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는 “경찰에 8쪽짜리 변명문을 제출했다. 그걸 참고하시라”고 답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반성문’이 아닌 ‘변명문’이란 용어를 쓴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씨가 본인의 범행을 영웅과 동일시하는 심리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반성할 게 없고, 자기 신념에 과도하게 빠진 상태로 볼 수도 있다”며 “정치적 신념에 따라 일종의 영웅적 행동, 대의적 차원에서 행위를 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가 변명문에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한 일’이라고 썼고, 유치장에서는 소설 ‘삼국지’를 골라 읽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에 대해서도 “삼국지가 난세에 영웅이 나라를 구한다는 내용인 만큼 심리적 상태를 엿볼 수 있는 정황”이란 진단도 나온다. 물론 “일부 파편적인 상황만 보고 심리 상태를 예측하는 건 섣부르다”는 반론도 있다. 한 프로파일러는 “반성문이란 단어가 순간 안 떠올라 변명문이라 말했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경찰은 이르면 9, 10일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