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운 겨울 고된 하루 업무 뒤 퇴근길에 자동차의 시동을 켠다. 차는 자동으로 '귀가 모드'를 실행해 미리 등록된 최적 온도로 난방을 하고 로봇 청소기와 스마트 조명을 작동시켜 집에 도착하면 쾌적한 온도와 아늑한 집 안 분위기가 나를 맞아 준다.
#. 무더운 여름 TV를 보다가 친구를 만나려고 외출을 준비한다.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외출모드'를 작동시켜 달라고 한 뒤 차량의 배터리 충전 상태 등을 살피고 미리 에어컨을 가동해 운전석에 앉았을 때 쾌적한 상태였다.
자동차에서 가전기기를 움직이게 하고 집에서 차 상태를 살피는 일이 곧 현실이 된다. 현대차·기아는 삼성전자와 카투홈(Car-to-Home)·홈투카(Home-to-Car) 서비스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현대차·기아 운전자는 차 안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을 터치하거나 음성 명령으로 삼성전자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연결된 전자 기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반대로 삼성전자의 AI 스피커, TV, 스마트폰 앱 등으로 현대차·기아 차량을 멀리서 컨트롤한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차그룹은 LG전자와도 커넥티드카 연결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던 터라 이날 MOU를 통해 국내 양대 가전 회사 삼성전자·LG전자 모두와 손을 잡게 된 셈이다.
자동차는 '도로 위의 스마트폰'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전자기기와 연결되고, 앱을 통해 가능한 서비스도 무한하게 확장되고 있다. 이번에 현대차·기아가 삼성전자와 손을 맞잡은 이유도 이런 흐름의 일부이다.
실제로 자동차는 미래에 스마트폰이 진화한 것과 유사하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휴대전화는 통화를 위한 기기였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검색, 쇼핑, 영상·음악 감상 등을 즐길 수 있는 만능 기계가 된 것처럼 자동차도 멀지 않은 미래에 연결을 통해 이런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를 업계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에 연결돼 탑승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커넥티드카'라고 부른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도 다양한 정보기술(IT)기업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미국 IT 기업 아마존과의 협력을 발표하고 2025년부터 미국에서 내놓는 새 차에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를 담는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 권해영 상무는 "전 세계 현대차·기아 고객의 이동 여정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9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4'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IT기업들이 다양하게 짝을 지으며 협업의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자동차 회사와 IT 기업 사이의 합종연횡은 빨라지고 있다. ①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MS(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협력하고, ②포드가 구글, ③GM도 MS, ④스텔란티스가 아마존과 협업하고 있다. ⑤일본 차 혼다는 2022년 소니와 공동 출자해 회사를 차린 뒤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CES 2024에서 삼성전자가 커넥티드카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데 그 자리에서 현대차·기아의 인포테인먼트 개발 센터장이 커넥티드카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