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려진 실적 보고서를 토대로 성과급을 지급받고도 이를 돌려주지 않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전직 직원들이 10여 년 만에 받았던 돈을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 정현석)는 코레일이 퇴직한 직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22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사건은 2014년 감사원의 대규모 공공기관 감사에서 시작됐다. 공공기관 개혁을 최대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당시 박근혜 정부는 감사 끝에 코레일이 2012년 경영실적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걸 적발했다. 인건비 인상률을 일부러 낮춰 계산해 성과를 부풀렸던 것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기획재정부는 코레일에 대한 공공기관 경영 평가를 C등급에서 D등급으로 소급 조정했다. 실적 등급이 전체 6단계 중 다섯 번째 등급으로 낮춰짐에 따라, 성과급 지급률을 0%로 변경하고 이미 지급된 성과급(월 기본급의 140%)은 거둬들이라는 조치도 함께 의결했다.
문제는 이미 성과급을 받고 회사를 나간 직원들이었다. 재직자들은 월급을 공제하는 식으로 회수가 이뤄졌지만, 일부 퇴직자들은 자진 반환을 거부해 법정 다툼으로 번지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도 이들은 "회사의 잘못으로 지급된 돈이고, 채권의 소멸시효도 지나 반납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퇴직자들의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 공공기관운영법에 거짓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할 경우 평가 결과를 수정하도록 돼있고, 이에 따라 부당하게 지급된 성과급은 임금채권(소멸시효 3년)이나 상행위로 인한 채권(5년)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일반 채권 소멸시효(10년)는 아직 남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당한 성과급을 받은) 전직 직원들은 타당한 이유 없이 지급된 성과급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이를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은 공공기관 평가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