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단서는 '이것'… '울산 다방업주 살인' 피의자 12년 만에 검거

입력
2024.01.04 11:23
성관계 거부하자 목 졸라 범행, 단서 못 찾아
경찰 미제팀, 피해자 손톱 밑 DNA 재분석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다방 여주인을 살해한 뒤 도주한 50대 남성이 1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여주인의 손톱 밑에 남아 있던 DNA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4일 울산경찰청은 살인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2년 1월 9일 오후 9시 27분쯤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 있는 한 다방에 들어가 여주인 B씨(당시 50대)를 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의 사위가 장모와 연락이 닿지 않자 다방에 갔다가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B씨는 옷이 벗겨진 상태로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비롯해 다방 출입자와 목격자 등을 탐문해 500여 명 가량을 조사했으나 범인을 특정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다방에 있던 술잔이나 찻잔 등에도 제대로 된 지문은 남아있지 않았다.

수년 간 미궁에 빠져 있던 사건은 울산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꾸려지고 DNA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B씨 손톱 밑에서 채취한 DNA 시료를 2019년 10월 재감정한 결과 A씨와 일치한 것이다. A씨는 2013년 1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찻값 문제로 여주인을 심하게 폭행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던 중 대검찰청 범죄자 데이터베이스(DB)에 DNA 정보를 등록한 상태였다.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방화, 살인, 강간, 폭행 등 11개 범죄군에 해당하는 형 확정자는 DNA 채취 대상이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A씨가 사건 현장에 있었던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달 27일 경남 양산의 한 여관에서 검거했다. 검거 직후 범행을 부인하던 그는 유전자 등 증거자료를 제시하자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송치 후에도 원활한 공소유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보강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중요 미제사건에 대한 정보나 수사단서를 알고 있는 경우 적극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