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로 분류되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반노동 법령을 법원이 멈춰 세웠다. 노동권 관련 법령 개정은 신중해야 하며, 내용상 긴급하지도 않아 의회 논의 없이 행정부 단독으로 처리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밀레이 정부는 항소 방침을 밝혔다.
현지 매체 인포바에는 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국가연방노동항소법원이 아르헨티나 최대 노동 단체인 노동총연맹(CGT)이 제기한 법령 시행 정지 청구 소송 판결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호세 알레한드로 수데라 판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며, 그들의 권리는 생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노동 조치와 관련된 (법령의) 조치들을 채택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입법부(의회) 참여를 회피해야 하는 긴급성도 명백하지 않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밀레이 정부는 지난달 20일 366개 조항이 담긴 대통령령을 발표하고 같은 달 29일부터 시행했는데, 이 중 노동권 관련 조항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당시 대통령령 중 법정 수습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8개월로 늘리고, 퇴직금을 줄이고, 출산휴가를 감축하는 조항 등이 문제가 됐다.
CGT는 "이번 결정으로 퇴행적이고 반노동적인 노동개혁이 중단됐다"며 환호했다. 다만 예정된 총파업은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CGT는 밀레이의 강경한 경제 정책에 반기를 들고 오는 24일 전국 단위 총파업을 준비해 왔다.
법원의 경고에도 밀레이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꺾지 않았다. 인포바에는 "정부가 법원 판결 항소를 공식적으로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인포바에는 또 "이 금지 명령은 판사가 잘못 결정한 특정 사건에만 적용되며, 결국 대법원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밀레이 대통령 측근 발언을 전하며 "밀레이 정권은 대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위기로 고통받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르헨티나 연간 물가상승률은 20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며, 인구 40% 이상이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지난달 10일 취임한 직후 페소화 54% 평가절하,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등 과격한 정책을 폈다. 그 여파로 물가가 급등해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자, 정부는 "거리를 봉쇄하는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에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