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권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휴대폰과 직접 연결될 인공위성 6개를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렸다. 전용 단말기 없이 휴대폰에 곧바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머스크는 "지구촌에서 인터넷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위성통신 사업에서 스페이스X의 독주도 이어질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2일 밤(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총 21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했다. 이 중 6개는 휴대폰에 직접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성으로, 지상의 기지국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동통신 기지국이 없어 휴대폰 통신이 힘들었던 깊은 산속이나 외진 섬, 시골에서도 연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서비스 이름은 '다이렉트 투 셀(Direct to Cell)'로 정해졌다. 스페이스X는 "어디에서든 다이렉트 투 셀이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통화, 모바일 인터넷에 원활한 접근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는 이를 위해 미국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티모바일을 비롯해 캐나다 로저스, 일본 KDDI, 스위스 솔트, 칠레·페루의 엔텔 등 8개국 통신사 7곳과 우선 제휴했다. 해당 통신사 이용자들은 휴대폰에 별도 장치 설치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없이도 다이렉트 투 셀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연내에 문자서비스가 먼저 시작되고, 통화 및 모바일 인터넷은 내년부터 제공된다.
다이렉트 투 셀의 상용화는 '사각지대 없는 인터넷 연결'이란 머스크의 목표 실현에 성큼 다가섰음을 뜻한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이용하려면 지금까진 고가의 단말기를 구입해야 했으나, 이제 휴대폰만 있으면 장소와 상관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 일반 가정용 스타링크 단말기는 599달러, 월 이용료는 120달러다. 물론 이동통신사들이 향후 위성통신 이용료를 별도 부과할 가능성이 크지만, 단말기를 따로 안 사도 된다는 것만으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다이렉트 투 셀이) 지상 셀룰러 네트워크와 의미 있는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고 적었다. 실제로 위성통신은 위성 위치에 따라 신호 강도 등에서 차이가 크다. 안정적인 통신 연결이 가능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이미 위성 인터넷 사업 선두주자인 스페이스X가 휴대폰 직접 통신도 개시함에 따라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6월 미국 위성 인터넷 업체 링크가 위성 연결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하긴 했으나, 면적 459㎢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AST와 손잡고 위성통신 서비스를 준비 중인 미국 이동통신사 AT&T도 작년 4월 미 텍사스~일본 위성 통화 실험에 성공했는데, 아직 상용화 계획은 잡지 못했다. 아마존은 또 다른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협력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말 기준 위성 5,000여 개를 지구 저궤도에 올려둔 상태다. 전 세계 위성통신 제공사들 중 압도적으로 많다. 전쟁 초기 러시아군 공격으로 통신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단말기와 위성통신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머스크는 '전황마저 좌우하는 권력자'로 떠올랐다. 스페이스X 스타링크 사업부의 올해 매출은 100억 달러(약 13조 원)로 점쳐진다.
스페이스X의 또 다른 한 축인 로켓 발사 사업도 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에만 총 96번 로켓 발사에 성공했는데, 올해는 144회 발사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악재도 있다.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는 3일 스페이스X를 부당 해고 혐의로 고발했다. 2022년 6월 스페이스X가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발언을 비판한 직원 8명을 해고 조치한 건 노동자 권리 침해라는 게 NLRB의 판단이다. 해고된 직원 중 한 명은 "스페이스X에서 로켓은 재사용할 수 있으나, 로켓을 만드는 사람은 소모품으로 취급된다"며 "이번 고발을 통해 스페이스X와 경영진이 노동자를 학대해 온 오랜 역사에 대해 책임지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