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 군부 최고 실세였던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4주기 추모식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사건과 관련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무관하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아직 배후를 자처하고 나선 세력이 없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중동 확전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이란 폭발 사건에 대해 "그것은 테러 공격이자, 우리가 과거에 보았던 IS의 행동 양태로 보인다"며 "이것이 현재 우리의 추정"이라고 말했다.
IS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경쟁 관계에 있는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단체다. 2014년 국가 수립을 선포한 후,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을 통제했다. 2019년 3월 미국 등이 후원하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와 이라크군에 패퇴하며 사실상 와해됐지만, 이후에도 잔당들은 세계 곳곳에서 게릴라식 전술로 민간인과 정부군 등을 공격하고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번 일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없다"며 "그와 반대되는 어떤 추정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이 폭발과 연계됐다고 믿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이스라엘과 연관됐다고 볼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번 폭발이 '중동 확전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우리는 전쟁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넘어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번 폭발과 관련, "사악하고 범죄적인 이란의 적들이 또 재앙을 일으켰다"고 밝혔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전했다. 하메네이는 "반드시 강경한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신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공격 배후로 특정 단체나 국가를 거론하진 않았다.
이번 폭발 사건은 이날 오후 3시쯤 이란 수도 테헤란의 남동쪽 약 820㎞ 거리에 있는 케르만에서 일어났다. 2020년 1월 3일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암살된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4주기 추도식이 열리던 중 두 차례의 폭발이 발생, 최소 103명이 숨지고 188명이 다쳤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