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겨울 진객’ 떼까마귀의 정확한 개체수를 파악해 조류 사파리 등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3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지역 내 떼까마귀 개체수를 집계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도입된다. 그동안 떼까마귀는 특정 장소를 정해놓고 시민들이 육안으로 모니터링해 왔다. 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떼까마귀 감소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정확한 개체수 파악을 위해 지난달부터 전문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범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철새정보시스템 통계를 보면 울산을 찾은 떼까마귀는 2020년 11만 300마리에서 지난해 7만 448마리로 30% 넘게 줄었다.
떼까마귀는 몽골, 시베리아 등지에 살다 추위를 피해 매년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는 철새다. 몸 전체가 검고, 부리는 가늘고 뾰족하며, 무리를 지어 산다. 동물 사체를 먹는 큰부리까마귀와 달리 곡물의 낟알 등을 먹어 환경부 지정 유해조수로 분류돼 있지만 울산에선 귀한 손님 대접을 받는다. 산업도시 울산의 ‘생태 복원’을 의미하는 상징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까마귀가 안 올까 걱정하는 세계 유일 도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22년에는 까마귀 똥을 맞은 관광객에게 5만원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도 열려 화제가 됐다.
실제 태화강 삼호대숲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떼까마귀의 최대 월동지다. 12만 5,000㎡에 걸쳐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겨울에는 따뜻하고 천적인 수리부엉이나 매 등의 접근이 어려운 덕분이다. 태화강이 지척인 데다 외곽 지역에는 농경지도 많아 낟알, 해충 등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떼까마귀는 주로 삼호대숲에서 잠을 자고 가깝게는 울주군, 멀게는 경북 경주나 경남 양산까지 먹이를 찾으러 간다. 해질 무렵 태화강 대나무 숲 인근 하늘은 떼까마귀가 펼치는 군무로 장관을 이룬다. 무리가 다 모일 때까지 공중을 맴도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진귀한 볼거리다. 떼까마귀 군무를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생태해설장에는 지난달에만 1,300여 명이 다녀갔다.
이에 울산시는 떼까마귀를 활용한 조류 사파리 조성 등 다양한 관광 상품을 검토하고 있다. 김두겸 시장은 “까마귀와 독수리 등 매년 울산을 찾는 조류와 지역 생태관광 인프라를 잘 접목해 조류 사파리를 조성하는 등 이색 볼거리를 준비 중”이라며 “관광객의 체류시간·관광소비 증대를 유도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