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신년이니까 / 어제도, 내일모레도, 그제의 그제도 실은 전부 신년이니까 / 매일 버릴 수 있는 또다른 빗이 놓여 있고 / 그건 우리의 죽은 숲 / 새로운 띠의 동물이 매일 현관 앞에 죽어 있어요… (중략) 매일이 선물이 아니라면 뭐지요? / 그 선물이 반드시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요 / 우린 노을빛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 / 죽은 동물을 우리 밖에 풀어버리세요 / 새로운 띠를 간직하는 골목들 / 그래요,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2024년 새해를 맞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곳곳에서 변윤제 시인의 첫 시집 제목인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가 눈에 띄었습니다. 시집의 표제작인 ‘내일의 신년, 오늘의 베스트’의 마지막 문장인 이 구절은 능청스럽다 못해 뻔뻔하지만, 다가올 신년을 향한 유쾌한 기대를 품게 합니다. 자신의 SNS에 이를 공유한 누군가도 이런 설렘을 손끝에 담지 않았을까요.
이 사랑스러운 문장에 이끌려 시를 읽기 시작했다면, 조금은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해를 맞아 언론에서는 올해가 갑진년 ‘청룡의 해’라고 떠들썩하건만 “새로운 띠의 동물이 매일 현관 앞에 죽어 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오싹함마저 느껴집니다. “매일이 선물”이라면서도 “그 선물이 반드시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이라는 냉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화자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이라고 결심합니다. 시인 역시 ‘시인의 말’에서 기나긴 절망과 회의, 또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끊임없음 앞에서 “기어코 사랑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매일이 늘 좋은 선물 같을 순 없겠지만, 사랑을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노을빛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