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폭동은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지지자 선동도 불사하는 ‘민주주의 파괴자’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3년이 흐르고 대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그는 부활했다. 그를 용서하는 대중이 늘고, 그의 뒤에 줄을 서는 정치인이 속출하고 있다. ‘대세론’이 형성될 정도로 보수 진영 내 인기는 압도적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메릴랜드대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의사당 폭동에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응답자 비율이 53%에 그쳤다. 2년 전인 2021년 12월 조사 때 해당 비율은 60%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문책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미국인이 차이를 만든 셈이다.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는 ‘트럼프 책임론’이 설 자리가 이제 거의 없다. 14%에 불과했다.
이런 기류의 강도는 임기가 하원의원(2년)의 세 배여서 비교적 ‘민심’에 덜 민감한 상원의원마저 움직일 정도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에 상대적으로 신중하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첫 경선 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현재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를 확보한 당내 상원의원은 49명 중 18명에 이른다. 친(親)트럼프의 원조 격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폴리티코에 “15일 경선 레이스 개막을 앞두고 트럼프의 승리 전망이 분명해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하원의 경우 3일 톰 에머 원내 수석부대표를 마지막으로 공화당 지도부 5명이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기세가 등등하다 보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갈수록 무소불위다. 1·6 의사당 폭동 가담 혐의 인정을 전제로 가해진 주(州) 단위 대선 후보 자격 박탈에 대해서는 주 법원 제소(메인주 국무장관 결정)와 연방대법원 상고(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여론을 등에 업은 만큼 자신만만한 기색이다.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경합주에서 꾸준히 나타나는 지지율 우위에 고무된 그는 2일 미국 보수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가 공개한 인터뷰를 통해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뉴멕시코, 미네소타 등 민주당 ‘텃밭’ 공략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물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마다 내놓는 인종 차별 등 극우적 발언들이 본선에서 중도층에 외면의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캠프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전이 달아오르고 트럼프 전 대통령 입에서 극우 성향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이 쏟아져 나오면 지금껏 현직 대통령으로서 사실상 혼자 비판에 노출돼 온 바이든 대통령한테 기회가 되리라는 게 캠프의 낙관이라는 것이다.
3일 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6일 미국 독립전쟁의 상징적 장소인 펜실베이니아주 밸리 포지에서 의회 폭동 3년 연설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할 계획이다. 이를 신호탄으로 재선을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본격 선거 운동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