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4억 명대인 중국 인구가 2100년에는 5억 명대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회 진출을 원하는 여성들의 열망을 도외시한 중국 정부의 출산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인구 급감 추세는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2012년 1,635만 명 수준이던 중국 신생아 출생 규모가 2022년엔 1,000만 명 미만(956만 명)으로 급격히 줄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어 펑슈졘 호주 빅토리아 선임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의 분석을 인용해 "이런 추세라면 2100년쯤 인구가 5억8,7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인구 감소 추이를 토대로 한 단순 계산이지만, 중국 인구 붕괴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2020년 기준 중국 합계출산율은 1.3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1.09명으로 떨어졌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인 2.1명의 절반 수준이다.
출산율의 선행 지표 격인 혼인도 급감 중이다. 2013년 1,300만 쌍이 혼인신고를 한 것에 비해 2022년에는 680만 쌍에 그쳤다. 2022년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1,175만 명으로, 인도에 인구 1위 자리를 넘겨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WSJ는 "자녀를 낳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유교적 가치를 중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이 출산율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젊은 여성들은 이제 국가·가족의 가치보다 자신의 삶을 우선시하고 있는데도, 정부 정책은 가정 내 여성의 역할을 중시하는 데에만 머물러 있는 게 저출산의 근본적 이유라는 뜻이다.
실제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중화부녀연합회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젊은이의 결혼과 연애 관념, 출산과 육아 관념, 가정 관념에 대한 지도를 강화하고 출산 지원 정책을 서둘러 완비·실천하면서 고령화에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또 "여성 사업은 부녀 자신의 발전뿐 아니라 가정의 화목, 사회의 조화, 국가의 발전 및 민족의 진보와 관련 있다"고도 말했다. 여성을 향해 적극적 사회 진출보다는 출산·양육 등 가정 내 역할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왕 펑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교수는 "중국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가부장적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2024년 신년사 연설'에선 자신의 가족사진 여러 장을 새로 공개하기도 했다. 부친인 시중쉰 전 부총리 또는 부인 펑리위안 여사 및 어린 딸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었다. 홍콩 명보는 "올해 신년사 발표 때 공개된 사진 대부분이 '가족사진'이었다"며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강조한 제스처로 해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3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중국은 146개 국가 중 107위를 기록했다. 이는 시 주석 집권 직전인 2012년 69위에서 38계단 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