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형 수능은 미래교육의 마중물이다

입력
2024.01.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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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달 27일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확정했다. 그동안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를 포함해 치열한 논쟁과 사회적 의견 수렴의 시간을 거쳤지만, 확정안은 지난해 10월 교육부가 발표한 시안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개별 쟁점에 대한 주체별 입장 차가 크긴 했지만, 교육부가 시안 마련 단계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 나름의 '합리적 절충안'을 내놨기 때문일 것이다.

확정 개편안은 고교내신과 수능의 변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수능은 통합형 과목체계 도입에 따라 모든 수험생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응시하게 됐다. 이에 대해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하는 미래사회에 적합한 변화라는 긍정적 의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습부담 증가, 수능 출제 과목만 반복 학습하는 교육 파행, 수능 변별력 확보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통합형 수능은 과목 선택의 유불리를 해소하고 융합적 학습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문·이과 구분 없이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모두 응시해야 하므로 학습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해당 과목은 2018년부터 도입돼 모든 고교생이 1학년에서 주로 배우고 있다. 그런 만큼 수험생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과목을 수능에 출제함으로써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고교 1학년에 배운 과목이 수능 출제 과목으로 지정되면서 2, 3학년에도 해당 과목을 반복 학습하는 교육 파행을 우려한다. 그러나 과거 입학본부장을 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2, 3학년 사회‧과학 시간은 중요하다. 2025학년도 대입전형을 기준으로 신입생의 79.6%는 수시모집으로 선발되고, 그중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은 68.4%로 수능위주전형 18.7%를 크게 상회한다. 입시에서 교과학습발달상황의 기록이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하면 2, 3학년 사회‧과학 시간에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복습하는 것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입시구조를 잘 아는 일선 고등학교에서 이런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한편, 고교 1학년 과목이 수능에 출제될 경우 변별력 유지를 위해 고난도 문항이 출제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능 변별력 확보를 위해 2, 3학년에 주로 배우는 일반 선택과목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통합사회·과학의 수능 변별력 확보는 교과전문가들이 힘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하며, 교육부도 내년 하반기에 예시문항을 공개한다는 입장이니 기다려보면 될 일이다.

최근 세계는 불확실성, 지속가능성 등을 가진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융합적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대입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이라는 미래교육 목표에는 이견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통합형 수능은 그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입개편안이 사회적 공론과정을 거쳐 확정된 만큼 비판과 비난보다는 동참과 격려가 필요하다. 교육당국은 현장에서 통합형 수능이 융합학습을 촉진하고 제대로 된 인재선발제도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양찬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지원실장·전 고려대 인재발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