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엔 어떤 책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을까. 지난해 자기계발서 열풍이 불었다면 올해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귀환으로 문학 부문에서 활기가 감지된다. 문학의 힘이 출판계의 불황을 덜어 줄 수 있을까. 출판사들이 준비 중인 올해 출간 예정작을 모아봤다.
김애란, 정유정 등 여성 작가들의 새 소설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김애란 작가는 13년 만에 장편소설(제목 미정)을 낸다.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3년 만인데,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다. 정유정 작가는 장편소설 '영원한 천국'을 선보인다. 2021년작인 '완전한 행복'을 잇는 '욕망 3부작'의 2부 격이다. 배수아 작가도 장편소설 '속삭임 우묵한 정원'을 준비 중이다. 정이현 작가는 부동산과 청년 문제 등을 다룬 장편소설을 내놓는다.
정보라 작가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도 나온다. 바닷가 도시의 가족과 해양 생물을 주제로 한 자전적 SF연작소설이다.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는 청소년 소설 '내가 되어 줄게'를 내놓는다. 정세랑·김혜진·황정은 작가도 소설로 독자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수도회 입회 60주년을 맞는 이해인 수녀이자 시인의 에세이집 '소중한 보물들'도 나온다.
해외 작가들의 기대작도 출간된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의 최신작 '샤이닝'과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수상자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가 나온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의 '먼 산의 기억'은 화가를 꿈꿨던 파묵이 2008년부터 매일 작은 노트에 그린 그림과 글을 함께 엮은 책이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호명되는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대표작 '통역사 다니엘슈타인'도 나온다. 한국에 유난히 팬덤이 두터운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장편소설 '퀸의 대각선'을 들고 온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속편'도 나올 예정이다.
인류가 직면한 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대중 교양서도 줄을 잇는다.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를 짚는 신간들이 눈에 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물 문제를 통해 생태 위기를 들여다보는 새 책(제목 미정)에서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데이터과학자 해나 리치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아직 세상의 끝은 아니다'에서 기후 위기의 최전선을 살핀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나베 슈쿠로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강의했던 강의 노트를 발전시킨 '기후변화를 넘어서: 기후 모형의 정석'을 선보인다.
올해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세계 정세와 현실 정치를 진단하는 책도 잇따라 나온다. 경제사학자 헤럴드 제임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세계화를 만든 7가지 위기들'에서 오늘날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 7대 위기를 파헤친다. 소수의 독재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주제로 미국 정가를 분석한 '소수의 폭정', 지난 200년간 미국 보수주의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살펴보면서 우파의 내부 논쟁을 조명한 에드먼드 포셋의 '보수주의',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거의 반세기 동안 미국 정치를 지배하게 됐는가를 설명하는 '신자유질서의 흥망성쇠' 등도 기대작이다. '나쁜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록산 게이의 칼럼 선집인 '의견들'도 나온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불황이 오면 문학이 활기를 띤다는 게 출판계 속설인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화제성 있는 소설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포스트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인류가 처한 위기의 이면을 짚는 책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