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812년 '잊힌 전쟁'

입력
2024.01.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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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뉴올리언스 전투

미국은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지 29년 만인 1812년 다시 영국과 전쟁을 벌였다. 독립전쟁의 구원(舊怨)도 있었지만 해상무역 패권을 둘러싼 양국의 앙금이 곪아 터진 거였다. 나폴레옹 전쟁 기간 영국은 대륙봉쇄령으로 미국 등 모든 중립국의 대프랑스 무역을 원칙적으로 금지·방해했고, 나포한 미국 상선 선원들을 자국 해군에 강제 편입시켰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지원해 반미전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전쟁은 1812년 6월부터 15년 2월까지 약 30개월간 이어졌다. 프랑스와 전쟁 중이긴 했지만 당시 영국 인구는 약 1,000만 명, 미국 인구는 250만 명에 불과했다. 영국은 독립전쟁의 주된 패인이 미국을 도운 프랑스 탓이라 여겼다. 하지만 정규군 외에 민병대와 원주민(이로쿼이 연맹)이 연합한 미국 군사력은 영국-아일랜드 연합군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미국은 영국령 캐나다 동부를 함락시켰고, 영국은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불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전쟁의 대미인 뉴올리언스 전투는 1815년 1월 8일 발발해 26일 끝났다. 앞서 양측은 14년 말부터 유럽 열강의 중재하에 벨기에 겐트(Ghent)에서 종전 협상을 벌였다. 협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영국은 1만여 명의 정예 해군·해병을 동원, 멕시코만을 거쳐 뉴올리언스로 진격했고, 미국 측은 절반도 채 안 되는 병력으로 지역 해적의 지원까지 받으며 이 전투에서 승리했다. 미 의회가 그해 2월 17일 겐트조약을 비준함으로써 전쟁은 승패 없이 끝났다.

이 전쟁은 흔히 ‘잊힌 전쟁(The Forgotten War)’이라 불린다.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에 가려 덜 주목받은 전쟁이라는 의미. 하지만 미국은 이 전쟁으로 비로소 단일 국가-국민의 정체성과 결속력을 다졌고, 영국과 대등한 독립국의 위상을 유럽 열강에 각인시켰다. 미국 국가의 가사가 된 프랜시스 스콧 키의 시(Star-Spangled Banner)도 이 전쟁 중에 탄생했다.

최윤필 기자